△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각자대표체제 전환
정태영이 대표이사를 맡던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3곳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카드는 2021년 4월 이사회를 열어 김덕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대표이사를, 현대커머셜은 이병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세 사람의 임기는 모두 3년으로 2024년 3월24일까지다.
그동안 정태영이 이 회사들의 단독대표이사를 맡았는데 세 회사 모두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새 대표이사들은 인사, 재무, 영업, 리스크 관리 등 회사 관리와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그동안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끈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은 중장기 전략수립, 경쟁력 강화방안 모색, 미래사업 발굴 등을 맡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급속하게 전개되는 금융의 디지털화 추세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정태영이 앞으로 현대차 금융계열사에서 맡게 될 역할과 향후 거취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 디지털서비스와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는 등 '큰 그림'을 그리던 역할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각자대표체제 전환을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부회장체제에 힘을 빼는 상황에서
정의선의 매형으로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태영이 계속 그룹 안에 남아있는 일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등 재벌기업 특성상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치면 그룹 회장의 형제자매는 지분을 정리해 계열분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시도하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2021년 상반기 순이익 나란히 늘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현대자동차그룹 여신금융계열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823억 원을 냈다.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 9.7% 늘어났다.
신용카드 회원 수가 증가하고 취급액도 크게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증가했다.
일시불과 할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포함한 현대카드의 2021년 상반기 카드 이용금액은 60조2944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 12.4%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회원 수는 879만 명에서 949만 명으로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274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보다 22.1% 확대됐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업무 연계를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 및 리스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실적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2021년 상반기 현대캐피탈 할부금융부문 영업수익은 3170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보다 1.8%, 리스부문 영업수익은 6563억 원으로 23.7%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차량자산 등 자산규모도 2021년 6월 말 기준 33조7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4% 늘었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 782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보다 46.4% 증가했다.
상용차와 건설기계 등 구매자금을 기업에 대여해주는 할부금융 및 대출사업에서 성과가 좋았다.
△재무적투자자 지분매각으로 현대카드 기업공개 부담 벗어
현대커머셜과 대만 푸본생명이 2021년 8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현대카드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던 현대카드 지분 24%를 약 5200억 원에 사들였다.
현대커머셜이 4%, 푸본생명이 20% 규모 지분을 재무적투자자로부터 각각 사들였다.
현대커머셜은 이번 지분인수를 통해 현대카드 지분 28.54%를 보유하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36.96%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고 푸본생명은 20%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가 됐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당초 현대카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이에 현대카드의 상장 추진은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너럴일렉트릭(GE)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 24%를 3700억여 원에 인수했다.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현대카드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도 보유했다.
그러나 현대카드 상장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결국 지분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태영은 당초 현대카드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2020년 안에 기업공개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카드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사태도 발생하면서 현대카드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게 시장환경이 변했다.
정태영은 현대카드가 충분히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찾아 상장을 미루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임
정태영은 2021년 9월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는 그대로 유지한다.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대표이사와 정태영의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던 만큼 정태영이 사임하면서 목 대표가 단독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정태영은 현대카드 경영에 더 집중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임으로 현대카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에 기반한 데이터 전문 금융사로 육성하는 목표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영은 2003년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약 18년 동안 현대캐피탈을 이끌어왔다.
정태영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사임한 것을 계기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 집중하며 현대차그룹과 계열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태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 사장의 남편이다.
현대카드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2021년 8월 대만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이 나누어 인수하며 지분을 정리한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대커머셜은 이를 통해 현대카드 지분 28.54%를 보유하게 됐고 정태영과 정 사장 부부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현대커머셜 지분 37.5%를 들고 있다.
다만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계열분리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21년 2월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 함께하고 있다. <현대카드> |
△코로나19로 현대카드 베트남 진출 시도 무산
정태영은 현대카드의 첫 해외진출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현대카드는 2019년 10월28일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FCCOM’ 지분 50%를 49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FCCOM은 베트남 중견은행인 ‘MSB’의 자회사로 개인대출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MSB가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FCCOM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카드는 FCCOM의 금융상품과 마케팅, 리스크관리, 디지털금융부문을 맡고 MSB는 현지영업과 실무부문을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개인금융에서 신용카드, 자동차금융, 기업금융 등으로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베트남시장을 교두보로 동남아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현대카드의 현지 금융회사 인수허가를 1년 넘게 내주지 않으며 결국 인수계획은 무산됐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로 경쟁사와 차별화
정태영은 2020년부터 다양한 제휴사와 손잡고 현대카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내놓으며 경쟁 카드사와 차별화한 신용카드 라인업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20년 하반기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 쏘카 등 제휴사와 협력해 개발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제휴사와 상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 제휴업체 고객 특성에 맞춘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 마케팅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카드상품이다.
2020년 상반기 대한항공과 협력해 내놓은 현대카드 상업자표시카드도 고객들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 등 협력사와 내놓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통해 고객 유입세가 탄탄하게 지속되면서 2020년 1분기 개인회원 수가 전년 1분기와 비교해 약 11% 늘었다고 밝혔다.
2020년 전체 현대카드 신규회원 가운데 62.6%는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통해 유입됐다.
2021년 10월 현재 현대카드와 함께 상업자표시 카드를 출시한 기업은 네이버와 현대자동차, 기아, 이마트,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GS칼텍스, 코스트코 등이다.
정태영이 현대카드 제휴사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사업협력을 위한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대형제휴사를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업계에서 유일한 오너경영자인 정태영이 인맥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스타벅스나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협력업체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태영은 제휴사와 카드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단순히 협약식에 참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편 경영진과 몇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는 제휴사 협력을 통해 고객에 주는 혜택을 강화한 상품이기 때문에 경쟁 카드사가 내놓는 상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내놓으면 특정 협력사에서 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결제정보 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태영이 목표로 두고 있는 현대카드 데이터사업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카드는 협력사와 함께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에도 협력하는 등 장기적으로 다양한 차원의 상품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태영은 2020년 8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대카드와 제휴한 기업 모두가 업계에서 '챔피언기업'이라며 이들과 데이터를 공유해 이전에 없던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빅데이터기술 활용해 현대카드 디지털 전환에 속도
정태영은 현대카드를 빅데이터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데이터기술역량을 활용한 상품 설계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태영은 현대카드가 신용카드사의 본업을 넘어 빅데이터 관련된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는 ‘데이터 사이언스 공급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대카드가 2020년 2월 출시한 '디지털러버' 카드가 이런 노력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디지털러버 카드는 고객의 소비성향과 생활방식 등 정보를 현대카드의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사용자별로 개인화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카드 설계 단계부터 혜택 제공까지 모두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정태영의 디지털 전환 목표에 걸맞는 상품으로 꼽힌다. 여기에 빅데이터기술을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혜택을 마련해 개별 소비자의 수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현대카드는 사용자 카드결제 데이터를 빅데이터 형태로 분석해 외부 고객에게 마케팅 분석자료로 제공하는 등 데이터사업분야를 키우는 데도 힘쓰고 있다.
현대카드가 2020년 8월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앱 역시 빅데이터로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과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전면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제휴사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를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것도 데이터를 공유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직급체계 3단계로 간소화
정태영은 현대카드 직급체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현대카드는 2020년 1월2일부터 직급체계를 어소시에이트(Associate)-매니저(Manager)-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 등 3단계로 재편했다. 기존 직급체계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다.
정태영은 2020년 1월3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서 굳이 영어호칭을 써야 하나 생각이 들지만 한국,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독일, 베트남 등에서 나라마다 호칭이 있으면 글로벌 공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5직급이 3직급 체계로 바뀌면 위계질서보다 수평개념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급체계 간소화로 급여와 복리후생 등이 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과 관련해 정태영은 직급별 페이밴드(Pay Band)는 폭넓게 적용해 직급 승진이 없어도 연봉의 상승은 이전과 유사할 것이라고 했다.
|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9년 12월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19 유공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 들어보이고 있다. <현대카드> |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우수기관'에 2년째 뽑혀
현대카드가 2019년까지 2년 연속 소비자 보호부문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현대카드는 2019년 12월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결과 소비자보호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내 소비자보호체계와 기능을 북돋울 목적으로 매년 민원 발생건수, 소비자 보호조직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실태평가에 참여한 68개 금융사 가운데 현대카드를 포함한 3개 회사가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특히 현대카드는 실태평가 10개 항목 모두 ‘양호’ 이상의 등급을 얻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비자 권익 보호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 마케팅 지속적으로 선보여
정태영은 슈퍼콘서트 등을 통해 현대카드를 문화 마케팅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현대카드는 비욘세, 콜드플레이 등 유명한 뮤지션이 참여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부터 예술분야에서 혁신적 아티스트를 찾아 소개하는 '컬처프로젝트' 등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9년에는 슈퍼콘서트와 컬처프로젝트에 이은 새로운 문화프로젝트를 내놨다.
현대카드는 2019년 10월 공연과 토크콘서트, 브랜드 마케팅을 융합한 새로운 문화 프로젝트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을 진행했다.
다빈치모텔은 15세기 르네상스시대에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뽐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프로젝트다. 토크와 공연, 퍼포먼스 등을 통해 각 분야의 독보적 인물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은 첫 행사임에도 사전예매에서 매진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은 다양한 문화 장르와 형식, 인물들을 융합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에는 오프라인 중심이던 문화 마케팅 채널을 스마트폰으로 옮겨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담은 ‘현대카드 다이브(DIVE)’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지분 없이 경영
정태영은 현대카드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현대카드 지분 36.96%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현대커머셜 24.54%, 기아자동차 11.48%다.
정태영은 현대커머셜 지분 12.5%를, 정태영의 부인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은 현대커머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 장악력을 높이면서 금융계열사 역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경영구도 변화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주사체제로 개편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금융계열사가 분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체제에서 비금융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현대카드 지분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고 현대카드가 상장하면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희석돼 정태영 부부가 경영권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지주사체제가 아니며 따라서 금융계열사를 분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할부 등 사업연계로 수익성이 좋은 금융사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도 2019년 신년사에서 "금융서비스사업은 디지털채널을 활용해 판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계열사의 중요성을 들기도 했다.
△중고차거래시장에 영향력 확대
정태영은 중고차거래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출시한 온라인 중고차거래 플랫폼 '플카'는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동차 관리기능을 모바일로 통합해 제공하는 '자동차 라이프 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2018년 11월 출발했지만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2019년 8월 기준 플카에 올라온 중고차 매물은 7만4천 대 정도다. 온라인 중고차거래 플랫폼 1위인 KB캐피탈의 '차차차'에 올라온 매물은 11만 대 수준인데 양쪽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는 플카 매물 수가 4만 대 안팎에 그치는 등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고전하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매물 수에 집중하기보다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B캐피탈 차차차 매물 수는 2020년 7월 기준 14만 대를 넘었다.
현대캐피탈이 인증한 딜러사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판매하는 '인증중고차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8개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이어 온라인 전용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2020년 상반기 기준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 매매규모는 2018년 상반기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중고차거래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 지분 59.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9년 10월26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
△현대카드를 디지털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경영전략 수립
정태영은 현대카드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신용카드업에서 안정적 수익 확대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태영은 2018년 11월 "디지털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디지털 인프라를 축적하는 시기였으나 내년부터는 실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카드는 2015년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그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고 세계적 소프트웨어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오승필 디지털사업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2016년 홈페이지와 광고 등에 쓰이는 현대카드 기업로고(CI)도 12년 만에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꿨다. 2017년에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세운 스타트업 전용의 공유오피스인 ‘스튜디오 블랙’을 미국과 중국에 있는 디지털캠프와 연계해 디지털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6년부터 2년여 동안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인 머신러닝으로 현대카드 결제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2018년 4월 고객의 행동패턴에 맞는 상품 검색서비스 ‘피코’도 내놨다.
현대카드는 2018년 6월 블록체인 파일공유기술과 관련해 특허권도 땄다.
2018년 사무실을 정보통신기술(IT)기업처럼 꾸미기도 했다. 고정자리를 없애고 복장과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인 코딩에 익숙해지도록 회사 안 회의실, 카페, 휴게실 등 곳곳에 코딩언어를 붙여놓기도 했다.
2019년 4월에는 카드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자동응답시스템(AI-ARS)을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인공지능 자동응답시스템이 기존 자동응답시스템과 비교해 대기시간 없이 인공지능 상담원과 상담이 진행돼 빠르고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고객들의 자동응답시스템 이용패턴을 분석해 활용빈도가 높은 6개(선결제, 한도조회, 한도조정, 청구/입금 내역 확인, 신규 비밀번호 등록, 비밀번호 변경) 항목에 우선적으로 인공지능 자동응답시스템을 적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인공지능 자동응답시스템 도입으로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기존 상담원들은 좀 더 심도 있는 상담과 업무 처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정태영은 2018년 12월 푸본현대생명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의장을 사임했다. 2012년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한 지 7년 만이다.
정태영이 물러난 이유는 푸본현대생명의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뀐 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분리 승인을 받아 의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태영은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고 정식 출범한 2012년 이후 줄곧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8년 9월 회사이름을 푸본현대생명으로 바꿨다. 대만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에 올라선 데 따른 것이다.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65%(현대모비스 30.28%, 현대커머셜 20.37%), 푸본생명이 48.62%였으나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해당 지분을 푸본생명이 인수하게 돼 지분율이 62.45%까지 올랐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가 바뀌고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보험업에서 한발 물러서자 이를 놓고 정태영이 보험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태영은 처음 현대라이프생명이 출범한 뒤 시장을 보듯 보험을 구매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에 상품을 진열하고 자판기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획기적 시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국내 보험업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태영은 페이스북에 “기존 금융사업보다 복잡한 계기판이 많고 개혁적 접근보다 둔보의 접근이 적절한 보험업이어서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카드 제치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
현대카드는 2018년 8월 무려 18년 만에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됐다. 제휴기간은 2019년 5월24일부터 10년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연간 3조 원가량 결제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신용카드 결제액은 연간 3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코스트코 때문에 현대카드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코스트코 외 결제액도 늘어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되기까지 정태영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영은 처음 계약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는 사진을 올리며 "기뻐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년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발급받은 코스트코 회원카드도 올리며 남다른 소회도 전했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결제카드 선정 평가에서 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차량공유서비스 ‘딜카’로 공유경제 실현
정태영은 현대캐피탈에 차량공유 서비스 딜카를 통해 중소렌터카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상생모델을 구축하면서 전속(캡티브)시장인 현대자동차에 사업을 의존하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대캐피탈은 2017년 9월 차량공유서비스 딜카를 내놓으며 공유경제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일반적으로 차량공유서비스는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를 대여해주는데 이와 달리 딜카는 다른 렌터카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플랫폼을 공유해 중개 역할을 담당한다. 현행법상 카드사나 캐피털사는 12개월 미만의 단기 렌터카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중고렌터카업체 160여 곳과 제휴를 맺고 전국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대구, 창원, 춘천, 원주, 포항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딜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카셰어링서비스보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유휴 차량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5월에는 KT, 같은 해 12월에는 야놀자와 제휴를 맺는 등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9년 7월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차량공유서비스 ‘나눔카’의 공식 3기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2020년 1월20일에 국내 첫 중고차 구독서비스인 ‘딜카 클럽’도 출시했다. 중고차 구독서비스는 고객이 계약기간에 월구독료를 지불하면 합리적 가격에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 3월 카카오 모빌리티계열사 카카오T에 딜카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약 80억 원이다.
△현대카드의 업계 상위권 도약
정태영은 2003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현대카드를 업계 상위권으로 키워냈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01년 ‘다이너스클럽코리아’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인수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1.8%로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태영은 2003년 5월 포인트 마케팅과 차별화된 혜택을 선보인 ‘현대카드M'을 내놓았다. 현대카드M은 출시 후 1년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고 신용카드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800만여 명이 가입했다.
현대카드 성장의 두 축으로 ‘디자인경영’과 ‘문화 마케팅’이 꼽힌다.
정태영은 디자인경영을 통해 현대카드의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를 기용해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카드 옆면에 색을 넣는 ‘컬러코어’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빨강, 보라, 검정 등 카드 등급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도입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으면서 현대카드의 이미지가 상승했고 색깔별로 현대카드를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문화마케팅도 큰 성과를 거뒀는데 그 중심에는 2007년 시작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있다.
슈퍼콘서트는 세계적 유명 음악가를 섭외해 진행하는 공연으로 폴 매카트니, 비욘세, 콜드플레이 등 대중음악가뿐 아니라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성악가도 무대에 올랐다.
‘컬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극, 전시전, 건축전 등 다양한 문화공연도 펼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본업과 거리가 있는 물, 와인과 보드카 신제품도 선보였다. 이름은 ‘잇워터’, ‘잇와인’, ‘잇보드카’다. 기존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세련된 용기에 담아 내놓았다. 정태영은 “디자인을 활용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정태영은 현대카드의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5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