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의 일반 공모주 청약일정이 같은 주에 몰리면서 전산망 장애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의 공모주 일반청약이 8월 첫째 주에 연속으로 잡히면서 증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전날인 2021년 4월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계좌개설 등 청약준비를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한국투자증권> |
크래프톤 청약은 8월2~3일 진행된다. 이어 카카오페이 청약이 4~5일 열린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크래프톤은 시가총액 24조3512억 원, 카카오페이는 시가총액 12조5512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종목이어서 8월 첫째 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청약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주일 전인 7월26~27일에는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18조5289억 원에 이르는 카카오뱅크 청약도 예정돼 있다.
기업가치가 10조 원 이상인 거대 공모주 3개의 청약이 2주 안에 몰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공모주들은 흥행을 고려해 상장시기가 서로 떨어지도록 일정을 잡는데 공모 규모가 큰 종목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1~2주 안에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크래프톤은 7월14~15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고평가 논란 속에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청약 일정이 카카오페이와 가까워지게 됐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모두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낸 청약 증거금은 일반적으로 청약이 마감되고 2영업일 뒤에 반환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는 증거금을 카카오페이 청약 마감일인 5일에 돌려받게 된다.
이에 앞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89조9017억 원의 증거금이 몰린 바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조5천억 원 수준으로 으로 크래프톤이나 카카오페이에 크게 못 미친 점, 크래프톤이 여러 증권사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종목인 점 등을 고려하면 8월 첫째 주에 움직일 증거금 규모는 100조 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막대한 자금이 크래프톤 청약에 몰렸다가 8월5일 투자자에게 반환되고 다시 카카오페이 청약을 위해 입금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전산망 이용량 급증으로 청약 신청 처리나 자금 입·출금이 지연되는 등 잦은 전산장애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기업공개 사상 처음으로 일반청약자 몫 물량 100%를 균등배정하기로 해 전체 증거금 규모는 크래프톤보다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계좌별로 증거금 100만 원만 내면 동등하게 주식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문턱이 낮아지면서 소액투자자들의 참여가 급증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친인척 등 명의 계좌를 총동원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청약 참여 계좌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체 증거금 규모보다 청약 계좌 수가 트래픽 발생에서 더 중요한 만큼 트래픽 폭증으로 전산장애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