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 내
안중호는 2020년 12월 미국의 에너지 회사 쉘과 신조 LNG선 2척을 운영하는 장기대선계약(TC)을 체결하고 같은 달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인 GALP와 LNG선 1척의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쉘과 체결한 장기대선계약의 기본 계약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31년 10월까지 7년이고 포르투갈의 GALP 쪽은 계약기간이 5년이다. 계약금은 각각 3억625만 달러(한화 3318억 원), 1억1500만 달러(약 1256억 원)이다.
두 장기대선 계약 모두 각각 3년씩 2차례 기간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따라서 팬오션은 두 계약에서 각각 최장 13년, 11년 동안 안정적 매출 확보를 이룰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쉘과 계약에는 LNG선 1척을 추가하는 옵션도 포함됐다.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최대 4척의 장기계약이 확보된다.
안중호는 이들 해외 에너지기업들과 대선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대중공업(2척)과 삼성중공업(1척)에 새로운 LNG선을 주문했다.
팬오션은 이번 신조 LNG선 발주에 자기자본(2조8995억 원)의 21%에 해당하는 6107억 원을 투자한다.
미국 에너지회사 쉘과 체결한 장기계약에 투입될 LNG선은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게 되는 17만4천CBM급 LNG선박은 LNG를 주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인 X-DF엔진이 장착되고 LNG 재액화설비, 공기윤활시스템 등이 적용된 최첨단 고효율 선박이다.
포르투갈 에너지회사 GALP와 체결한 장기계약에 투입될 LNG선은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게 되는 17만4천CBM급 LNG선박은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이 탑재돼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선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중호는 “드라이벌크부문에 편중되어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LNG관련 사업확대를 추진했다"며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LNG벙커링선 도입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안중호는 “드라이벌크 뿐만 아니라 곡물트레이딩 및 친환경에너지부문도 강화해 글로벌 리딩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왼쪽)와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2020년 3월31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 건조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코로나19 위기에 국제영업 강화하고 탄력적 선대 운용
안중호는 2020년 팬오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산업 생산이 둔화하자 해운시황도 따라서 어려워졌다.
안중호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영업을 강화하고 장기화물운송계약과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을 병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직원들에게 시황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국제영업부문에서 기민하게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국제영업 담당 부서와 재무관리 담당 부서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공유 강화를 주문하는 등 조직개편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협력경영을 강조했다.
안중호는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이른바 스팟 영업)은 화물운송계약에 따라 1항차(화물을 한번 실어나르는 것) 단위로 화물을 수송해 요금을 받는 영업활동을 말한다.
안중호가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에 힘을 기울인 것은 화주가 급하게 물량운송을 요구하는 만큼 운임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안중호는 팬오션에서 그동안 비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컨테이너선부문과 석유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커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컨테이너선부문은 동남아시아 항로의 선복(배에 짐을 싣는 용량)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해 수익성을 개선했고 탱커선 부문은 기존 고객을 향한 서비스 강화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
팬오션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210억 원, 영업이익 2240억 원을 거뒀을 것이라고 대신증권은 추정했다. 2019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6.6% 늘어난 수치다.
△곡물운송사업으로 사업영역 확대
팬오션은 2020년 9월 미국의 곡물터미널 운영사 EGT의 지분 36.25%를 인수하면서 곡물사업 확대의 바탕을 다졌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56만㎡ 규모의 수출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출터미널은 저장설비와 육상 레인, 부두, 하역설비 등 최신식 곡물수출시설을 갖춰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을 연간 900만 톤까지 처리할 수 있다. EGT는 이밖에 몬태나주에 4개의 내륙공급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팬오션은 지분 확보를 통해 국제 곡물유통의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곡물을 수출입하는 세계적 상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중호가 이처럼 곡물운송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팬오션이 속한 하림그룹이 거대 곡물유통회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기로 결정됐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하림은 해외 곡물유통사를 통해 사료용 곡물을 사들이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유통비용을 전부 내야 하는 상황이다”며 “곡물 운송능력을 갖춘 팬오션이 매물로 나왔으니 인수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중호는 2020년 EGT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거대 곡물유통그룹을 꿈꾸는 하림그룹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곡물유통사업이 진입장벽이 높아 실적 증가속도는 느리지만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곡물운송 영업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