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내년에는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을 더 멀리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글로벌 조선업계가 코로나19에 신음하는 상황에서도 조선3사는 주요 먹거리인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추진선) 수주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과 격차를 확인했다.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3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조선3사는 내년에 주요 수주대상인 LNG운반선 건조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분석과 글로벌 에너지시장에서 진행되는 LNG 개발계획들을 바탕으로 2021~2025년 5년 동안 LNG운반선이 연평균 50척씩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2020년 5년 동안의 평균 발주량은 35척이었다.
조선3사가 6월 100척 분량의 건조의향서(LOI)를 확보한 카타르 LNG운반선이 2021년부터 발주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코로나19로 발주되지 못한 LNG운반선도 내년으로 이연돼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카타르의 LNG 프로젝트 이외에도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LNG운반선 발주계획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며 “LNG운반선 건조경험이 월등히 높은 조선3사가 차별적 수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조선3사가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다진 입지가 마냥 탄탄하다고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조선업계가 조선3사를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중국 조선사가 한국 조선3사와의 경쟁에서 LNG운반선 계약을 먼저 따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4월 중국 후동중화조선은 카타르 LNG운반선의 건조의향서를 확정물량 8척, 옵션물량 8척 확보했다. 조선3사가 건조의향서를 체결하기보다 2개월 앞섰다.
이에 따라 한때 조선업계에서 조선3사가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구축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조선3사의 위력이 건재해 보인다.
올해 조선3사는 17만4천 m
3급 이상의 초대형 LNG운반선을 합산 46척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이 21척, 대우조선해양이 6척, 삼성중공업이 19척을 각각 따냈다.
중국 조선업계는 후동중화조선이 5척을 수주했을 뿐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발주된 초대형 LNG운반선은 모두 53척이었다. 조선3사가 전체 발주량의 87%를 과점한 것이 LNG운반선 수주시장에서 조선3사의 지배력을 나타낸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LNG운반선뿐 아니라 LNG추진선도 발주 전망이 밝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운항 중인 선박 2만5788척 가운데 1만7316척이 2012년 이전에 인도됐다.
이 선박들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선박 탄소배출량 감축기준을 맞출 수 없어 LNG추진선으로 교체 발주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LNG추진선 수주도 조선3사가 쓸어담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LNG추진기술에서도 조선3사와 중국 조선업계의 격차가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과 중국 상하이장난창싱조선(SCS조선)은 프랑스 컨테이너선사 CMA-CGM이 발주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모두 2020년 9월 인도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인도기한을 1개월 당겨 조기에 인도했으나 SCS조선은 10개월 지연 인도하며 체면을 구겼다.
심지어 현대삼호중공업의 인도가 SCS조선보다 1주일 더 빨랐다. 한국조선해양은 2018년 4월 선박을 수주해 2020년 10월 인도하기로 했었다. SCS조선은 선박을 2017년 9월 수주했으며 인도기한은 2019년 11월이었다.
SCS조선이 건조한 선박은 인도기한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기술적 결함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무현 연구원은 “SCS조선이 건조한 선박은 사실상 LNG 추진방식의 운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과 중국 조선업의 현저한 기술력 격차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만큼 글로벌 선주사들은 LNG추진선을 발주하기 위해 한국 조선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조선3사는 LNG선의 수주 경쟁력에 기대 2020년을 버텼다.
조선3사가 올해 들어 현재까지 거둔 수주실적을 종합해보면 3사 수주금액 합계는 208억7천만 달러다.
2019년 전체 수주금액보다 21% 줄었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조선업계에서 나온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들어 11월 말 기준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선박이 1447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발주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든 수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선주사들의 조선사 야드 실사가 불가능해지자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었다”며 “조선3사는 LNG선 경쟁력을 통해 수주 감소폭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