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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환영 KBS사장이 9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김시곤 KBS보도국장의 발언과 관련 사과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뉴시스> |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후폭풍이 KBS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KBS 보도본부 부장들은 16일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부장단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며 길 사장을 비판했다. 부장단은 이어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KBS 뉴스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그동안 자중해왔지만 그 자중은 지금까지로 족하다"며 "뉴스를 지키기 위해, KBS를 살리기 위해, 시청자를 섬기기 위해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자존과 보람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창건 보도본부장도 이날 길 사장과 면남을 끝낸 뒤 사직서를 냈다. 길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임 본부장에게 보도본부 부장단과 팀장단 사퇴,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와 관련해 “'뉴스가 멈추는 거냐”고 질문했고, 임 본부장은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길 사장은 "이런 상황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와대 면접까지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백운기 보도국장은 발령난 지 이틀 만에 업무과중으로 입원요양 중이라고 회사는 밝혔다"며 "편집회의를 주관하고 취재지시를 내리는 부장단마저 모두 자리를 떠나겠다고 하는 데 이제 길 사장이 편집회의를 주관하고 취재지시를 내리고 기사를 수정하겠는가"라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청와대도, 대통령도, 여권의 친구들도 당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제 영욕의 세월은 잊고 겸허하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사퇴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오는 19일부터 길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9일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 사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퇴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은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jTBC와 인터뷰에서 "길환영 KBS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길 사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 국장은 "길 사장은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며 보도를 통제한 적도 있다"며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길 사장은 김 전 보도국장이 사퇴하자 곧바로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보도국장에 임명되기 전 청와대 인사와 만났다고 폭로하면서 "면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