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 변경과 권한 확대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 업무를 맡지 않는 점을 고려해 이름을 51년 만에 한국부동산원으로 바꾼다.
2020년 5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감정원 이름을 2020년 12월10일부터 한국부동산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한국감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국감정원의 이름 변경은 2016년부터 감정원이 감정평가 업무를 중단하면서 이름에 ‘감정’이 포함돼 감정평가를 여전히 수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설립된 뒤 감정평가를 직접 하다 2016년 관련 업무를 민간에 넘겼다. 감정평가는 토지 등 재산의 경제가치를 판단해 결과를 가액으로 나타내는 제도를 말한다.
그 뒤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조사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공시와 통계 작성 등으로 주요 업무를 바꿨다.
이름 변경과 함께 한국감정원의 업무 범위와 권한도 확대됐다.
한국감정원법 개정안에는 △부동산 관련 정보의 제공·자문과 도시, 건축, 부동산 등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 정책지원 업무 △주택 등 건축물의 청약에 대한 전산관리 및 지원업무 △부동산 관련 분쟁조정 등 부동산시장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이 신설됐다.
이외에 ‘부동산투자회사 업무검사 지원’은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업무검사’로 바꿨다. 업무 가운데 ‘부동산시장 적정성에 대한 조사·관리’는 ‘부동산시장의 적정성 및 질서유지’로 바꿔 역할을 확대했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2월부터 기존 금융결제원이 맡고 있던 청약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하는 등 업무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한국감정원법 개정안 통과를 바탕으로 부동산시장의 질서 관리 등 소비자 보호 업무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5월18일부터 산하에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신고상담센터를 꾸려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영업 등의 신고를 받고 있다.
앞서 2020년 2월에는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허위매물과 집값 담합 등을 단속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실거래 상시조사에 참여하는 실거래상설조사팀도 꾸렸다.
향후 인터넷 부동산광고의 모니터링까지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4월 말 관련 모니터링 업무위탁기관의 지정 근거를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율주택 정비사업 지원 확대
한국감정원은 자율주택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설계공모와 사업성 분석 등 관련 지원을 확대한다.
자율주택 정비사업은 노후된 단독·다세대·연립주택 소유자 2명 이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주택을 새로 짓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감정원 통합지원센터는 자율주택 정비사업과 관련된 상담부터 사업 신청, 주민합의체 구성, 사업시행계획 수립, 사업성 분석, 인허가 지원 등 모든 과정을 자문하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전국 각지의 주민합의체 100여 곳이 한국감정원 통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 265곳 가운데 50곳(전체 사업지 99개)의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및 현장지원센터와 협력해 초기 사업성 분석을 지원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도 열기로 했다.
한국감정원은 건축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등 권역별 전문가로 인력풀을 구성해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에 신규 주민합의체 70곳 구성과 사업시행인가 50곳, 착공 35곳, 준공 30곳 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부동산 공시가격 논란
김학규는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하는 표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아파트 등)의 공시가격에 실거래가 반영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2월 취임 후 첫 현안으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제시했다. 2018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보다 중요한 쪽이 형평성”이라며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의 형평성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2018년 12월26일 공개한 표준 단독주택의 2019년 잠정 공시가격을 살펴보면 초고가 단독주택 상당수의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50% 이상 올랐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시세 40~50%선으로 형성돼 60~70%선인 아파트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2019년 1월25일에 2019년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확정되자 ‘세금폭탄’ 논란이 일었다. 김학규는 2019년 2월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고가주택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공시돼 아파트 등 일반 부동산 소유자보다 부담이 적었다”며 조세 형평성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다만 한국감정원이 2019년 표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크게 끌어올린 뒤 오류 논란이 생기면서 전문성과 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한국감정원은 2019년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결정한 뒤 서울 아파트단지 ‘갤러리아포레’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단지 10곳 주민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공시가격을 통째로 정정했다. 단지 전체의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조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2019년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정한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지가 오류 456건에 시정조치를 사상 처음으로 내렸다. 이를 놓고도 공시가격을 최종 검증하는 한국감정원이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감정원 직원 550명 정도가 공시가격 결정에 참여했는데 이들 가운데 감정평가사 수는 200명 규모에 머물렀다.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 과정이 비공개돼 투명성과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2019년 10월 ‘부동산 가격공시 및 시장조사 실태’를 감사할 때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와 평가업무를 살펴보기로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그해 9월 공시가격 조사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국감정원은 2019년 8월14일 경력 감정평사가 20명을 모집하면서 전문인력 확충에 나섰다. 김학규도 2019년 10월14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공시지가 시세분석 자료의 공개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인력도 감정평가사 1명과 일반 직원 1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20년 5월 한국감정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를 진행한 뒤 국토교통부에 조사대상 표본을 늘리는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9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가운데 월간조사표본은 현재 2만8360가구에서 2021년 1월부터 2만9110가구로 0.5% 늘어난다. 주간조사표본은 현재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46.0% 늘린다.
△한국감정원 업무 확대와 고도화
김학규는 한국감정원법을 기반으로 부동산시장을 관리하는 업무 범위를 넓히면서 개별 업무를 고도화하고 있다.
2018년 5월 기존 조직을 기획경영본부, 공시통계본부, 부동산시장관리본부 등으로 개편하고 시장분석연구실과 정보통신기술(ICT)추진실 등도 신설했다. 2018년 12월에는 한국자산신탁과 손잡고 민간 부동산 분양 최초로 대면 전자계약을 시행했다.
한국감정원은 김학규의 취임 이후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국토교통부·서울시와 함께 부동산시장을 함께 점검하고 국토부와 함께 집값 담합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시행할 때 예상 부담금을 산정하는 업무도 맡았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5월 리츠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한국감정원에 리츠 관련 신고상담센터를 만들었다. 리츠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 자체나 부동산 관련 증권·채권에 투자한 뒤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주는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이다.
법무부는 2020년 4월 한국감정원 지사 및 사무소에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는 주택·상가건물 임대차와 관련한 분쟁을 심의·조정하는 기구다.
2019년 4월에는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의 공사비 검증업무에 착수했다.
2018년 6월 자율주택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자율주택사업 주민합의체를 처음으로 구성해 2018년 9월 착공했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자율주택정비사업 신청건수는 누적 200건을 넘어섰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노후화된 단독주택 10가구 미만 또는 다세대주택 19가구 미만의 집주인들이 주민합의체를 구성하고 주택을 스스로 개량하거나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감정원에서 다루는 통계와 관리의 영역도 넓히고 있다. 2018년 8월부터 주거용 건물에너지의 사용량 통계를 매년 내놓기로 했다. 그해 9월 기계와 기구류 등 동산의 시가 조사표를 발표했다. 2019년 2월에는 공동주택 관리비와 전자입찰 신규통계를 제공했다.
한국감정원은 2018년 3월20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빈집 및 소규모 정비 지원기구’로 지정된 것을 근거로 대구광역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빈집 재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12월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국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김학규는 2018년 9.1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던 청약시스템을 한국감정원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주택 청약 초기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체계를 만드는 등 청약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2019년 7월 전국 청약은행 15곳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다만 주택 청약업무 이전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실제 이관시점은 2019년 10월1일에서 2020년 2월1일로 연기됐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2월3일부터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 대신에 새로운 청약시스템인 '청약홈'을 통해 청약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이 2018년 2월26일 대구 한국감정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
△한국감정원장에 임명
2018년 2월 한국감정원장에 오르면서 1969년 한국감정원의 출범 이후 내부 출신 첫 원장이 됐다. 이전 원장은 대체로 국토교통부 등에서 퇴임한 고위관료들이 맡아왔다.
한국감정원이 국가 부동산통계 등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강화되면서 전문성을 갖춘 김학규가 원장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한국감정원은 서종대 전 원장의 불명예 퇴임 이후 1년여 동안 기관장 공백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를 고려해 내부를 잘 아는 인사인 김학규가 임명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국감정원법 시행에 기여
김학규는 한국감정원 혁신경영본부장으로 일하던 2014년~2016년 동안 한국감정원법 처리에 힘써 2016년 9월 이 법안의 국회 의결을 이끌어냈다.
한국감정원은 한국감정원법 통과를 계기로 개별 부동산의 감정평가 수주업무를 수행하지 않게 됐다. 대신 부동산시장 조사와 관리, 부동산 관련 공시와 통계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기업으로서 자리매김했다.
김학규는 2018년 6월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내가 감정원에서 ‘감정평가를 버리자’고 가장 먼저 주장했다”며 “감정평가업계에 미래가 있으려면 더 많은 정보를 담은 고부가가치 평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우리가 공기업으로서 그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육아제도 정착 이끌어
2012년 한국감정원 기획본부장을 맡은 뒤 ‘즐거운 출산, 행복한 육아’ 슬로건 아래 ‘마더프로젝트(마음을 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출산휴직과 육아휴직 기간에 차별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제도의 정착을 추진했다. 불임치료 휴가, 출산축의금, 다자녀 장학금, 유연근무제 도입 등 출산과 양육에 친화적 제도도 도입했다.
이를 인정받아 2012년 7월11일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주최한 제1회 인구의 날 행사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