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코로나19 쇼크'로 고사 직전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데 대한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상장 항공사 3곳의 부채비율이 1천%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 2291.3%, 대한항공은 1099.4%, 에어부산은 1884.5%의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제주항공은 876%, 진에어 598.5%, 티웨이항공 560.5%의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부채비율을 두고 올해 하반기에 이스타항공과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바라보면서 정부가 한시적이라도 조건없이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항공>
◆ 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조만간 HDC현대산업개발에 거래 종결을 공식 통보한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9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대 2조 원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산업은행 주도 관리체제에 편입시킨 뒤 시장 상황을 봐서 재매각에 나설 방침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후보자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계약 해지와 책임 문제를 정리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500억 원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소송전도 예상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위기로 2010년 1월 산업은행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2014년 12월까지 채권단의 관리를 받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천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업은행 등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대한항공
대한한공은 국제선 여객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항공화물부문이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예상되는 만큼 대한항공이 수혜를 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한다.
대한항공이 최근 들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차례에 걸쳐 회의를 여는 등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은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권익위는 양측의 ‘장외 여론전’을 놓고 구두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앞서 서울시의 일방적 지구단위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권익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권익위의 민원 처리기간은 최장 120일로, 대한항공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10월8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로 1조127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데 이어 8월25일에는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9906억 원에 사모펀드(PEF)에 팔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거론되던 대한항공의 MRO(유지·정비·보수)사업부의 매각 등 추가 사업부 매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이르면 9월 말 매각 우선협상대상을 선정해 10월 중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기업 4곳과 사모펀드 등을 포함해 10여 곳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600여명을 정리해고 한다. 이스타항공에 남는 직원은 600명에서 약간 밑돈다.
이스타항공은 9월7일 정리해고 대상직원들에게 개별통보했다. 정리해고 시점은 10월 14일이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인원(정비 부문 인력 포함)과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에 필요한 필수인력 등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8월 말에 진행된 희망퇴직 접수기간에 신청인원은 9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문제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혀 변수가 될 수 있다.
◆ 진에어
진에어가 1092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이미 536억 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진에어는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풀린 지 5개월여만에 국내선 여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진에어의 올해 8월 국내선 항공편 이용 여객은 54만5천 명으로 지난해 8월(31만5천명)보다 73% 증가했다.
진에어의 국내선 이용 여객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경쟁사인 제주항공(48만3천 명)과 티웨이항공(47만8천 명)은 물론이고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42만6천 명)과 대한항공(37만5천 명)을 넘어선 숫자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최근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한숨을 돌렸지만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항공기 임차료에 616억 원을 쓰는 것을 비롯해 산업은행 등 기존 은행권 차입금 62억 원도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또 6~7월 운영비 목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서 급히 빌려 쓴 단기차입금 500억 원도 상환해야 한다.
<물류>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건설사업부문의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이 건설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정했으며 매각가격이 2천억~3천억 원에 이른다는 구체적 내용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CJ대한통운은 “매각 추진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물류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의 글로벌과 CL사업부, 건설사업부의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본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이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가 CJ대한통운이 2015년부터 155개 도시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증축사업이 코로나19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8월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사업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대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시장의 코로나19 상황 여부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 한진
한진은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는 과거와 달리 유휴자산 매각과 유상증자를 활용한 투자재원을 조달해 한진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자본 효율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진은 하반기에도 비대면 소비확산에 따른 택배사업 부문의 견조한 실적 예상되며 유휴자산 매각과 유상증자로 2020년 말~2021년 사이 재무 건전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추진한 ‘함안 수박 기프트카드’사업에서 성과를 보여 하반기에는 다른 농산물이나 제품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 HMM
HMM이 이르면 9월 말 싱가포르 항만공사(PSA)와 각각 42%, 58%의 지분으로 싱가포르 터미널 합작회사인 HPST(HMM-PSA Singapore Terminal)를 설립한다. 현재 기업결합승인 등이 진행 중이며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뒤 연내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HMM은 이를 통해 연내 세계 1위의 환적항인 싱가포르항에 전용터미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MM은 PSA와 조인트벤처 설립에 필요한 지분 42%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에서 자금을 출자받기로 했다.
HMM은 현재 국내에 1개, 미국 2개, 유럽 2개, 대만 2개 등 총 7개의 전용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