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인이 또 청와대의 ‘입’으로 발탁됐다.
주인공은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로 잘 알려진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이다.
청와대는 총선출마를 위해 10월5일 사의를 표명한 민경욱 전 대변인의 후임으로 정 전 국장을 임명한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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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국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정 신임 대변인은 23일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됐다”며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분 토론’진행 3일 뒤,청와대 입성 직전에서야 사표를 낸 셈이다.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행은 정 대변인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유달리 잦아졌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월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남기 당시 SBS미디어홀딩스(SBS 지주회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윤창중 전 대변인의 후임으로는 2014년 2월 민경욱 당시 KBS 문화부장을 발탁했다. 그는 문화부장으로 일하기 전 KBS 간판뉴스프로그램인 ‘뉴스9’의 메인 앵커로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인물이었다.
굳이 언론학 원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사명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현역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 최소한의 공백 기간을 갖도록 윤리강령을 둔 것도 언론이 갖는 이러한 중요한 속성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언론 윤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 전 대변인이나 정 신임 대변인은 이런 언론 윤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청와대에서 부르자마자 자리를 버리고 ‘권력자의 입’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정 신임 대변인의 경우 사표를 내기 전인 13일 ‘100분 토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남은 과제’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어 마지막 프로그램이 된 2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다뤘다.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진행자가 공정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정 대변인의 청와대행이 발표되면서 시청자들은 MBC라는 공영방송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언론인이 스스로 직업윤리를 깨트린 것도 문제지만 언론과 언론인을 청와대 하부조직으로 보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도 우려스럽다.
최근의 인사행태를 보면 박 대통령은 방송사를 마치 청와대 홍보수석 및 대변인 공급처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언론사 경력을 ‘출세’의 발판으로 여기는 언론이나 언론을 권력의 보조기관 정도로 여기는 박 대통령의 ‘밀월’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제는 자성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상황이면 후배 언론인들 중 ‘나도 경력관리 잘 해서 저 선배처럼 되어야지’하는 생각을 품지 말라는 법이 없다.
권력과 언론이 경계의 구분없이 서로 넘나드는 것은 진실과 정의가 위험에 빠졌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