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신라 등 국내 대형면세점3사가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성장전략 방향에 맞춰 다른 판매채널을 선택했다.
신세계는 SSG닷컴 등 그룹 온라인몰을 적극 이용하고 있으며 호텔신라는 지난해 선보인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의 인지도를 키우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차 재고 면세품 판매 홍보 포스터. |
롯데는 유일하게 오프라인 판매를 결정하면서 그룹의 옴니채널 전략에 따라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로 고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22일 국내 대형면세점3사에 따르면 재고 면세품 판매가 이번주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각 사들은 서로 다른 판매채널을 선택했는데 여기에서 각 그룹이 힘주는 사업방향을 엿볼 수 있다.
재고 면세품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분주한 만큼 이를 판매하는 채널이 고객들에게 더욱 알려져 중장기적으로 안착 및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와 SSG닷컴을 통해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공들여 자체 온라인몰을 육성해온 만큼 이를 바탕으로 각 판매채널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코로나19로 SSG닷컴 등에서 주로 이마트가 다루는 식품 및 생필품을 찾는 수요가 확실히 늘어났는데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로 신세계가 주로 다루는 패션·잡화에도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50.08%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세계가 26.84%, 재무적투자자가 23.08%를 쥐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신라트립'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신라트립은 호텔신라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으로 이곳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이 다소 뜬금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유통업을 본업으로 삼는 다른 그룹과 비교해 호텔신라는 호텔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재고 면세품 판매 과정에서 다른 이커머스업체나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손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자체 판매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다.
중개 유통업체에게 줘야하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내는 것과 동시에 신라트립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라트립은 호텔신라가 지난해 여행정보, 항공권 예약, 호텔 예약, 면세점 방문 등 여행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출시했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렇다 할 마케팅조차 하지 못한 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중장기적으로 호텔신라가 ‘여행 종합서비스’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당장은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지만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과정에서 신라트립의 회원 수를 확보해두려는 전략인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유일하게 온오프라인 점포에서 모두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일부 매장과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이 주요 판매채널이다.
롯데그룹이 롯데ON을 출범시키면서 ‘옴니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전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옴니채널이란 오프라인 고객이 온라인을 찾도록 하고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다른 이커머스업체들처럼 단순히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을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운영 노하우에 온라인 경쟁력을 더하겠다는 롯데그룹의 의지가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 과정에서도 여실히 담겨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