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두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일까?
정 회장이 대형건설사 인수를 통해 그룹의 외형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두산건설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1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건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도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대형건설사가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형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이미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두산건설 인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주택사업을 통해 다수의 현금을 확고한 중견건설사나 인수합병을 주력으로 하는 사모펀드 등이 인수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중견건설사 가운데 인수 후보군으로 중흥그룹이 꼽힌다.
중흥그룹은 중장기적으로 건설사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규모를 한 단계 키울 계획을 지니고 있다.
정창선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3년 안에 4조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3년 내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2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뜻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당시 사업경험을 강조하며 이미 생각해 놓은 인수기업이 있다는 뜻을 내비쳐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정 회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연초와 다르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주가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졸업하기 전인 2003년 수준으로 떨어져 언제 매각 작업이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3위까지 떨어졌지만 10년 전만해도 아파트 브랜드 두산위브를 바탕으로 10대 건설사에 오르며 대형건설사로 분류됐다.
지금도 2조3천억 원 규모의 적지 않은 자산(2019년 말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중흥그룹 전체 자산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흥그룹은 2018년 말 기준 9조5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 2019년 재계 37위에 올랐다. 두산건설을 품어 2조3천억 원의 자산을 더할 수 있다면 재계 순위는 단숨에 27위까지 올라간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매각하기 전 구조조정을 통한 자산 슬림화 과정을 거쳐 자산이 절반 가량으로 줄더라도 중흥그룹은 두산건설 인수를 통해 재계 순위를 30위 초반권까지는 거뜬히 올릴 수 있다.
정 회장이 향후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를 인수하기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 두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정 회장은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인 남도일보, 중앙경제지인 헤럴드경제 등 언론사를 인수한 경험은 있지만 건설사를 인수한 적은 없다.
중흥그룹은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두산건설은 토목사업 경험도 풍부한 종합건설사로 중흥건설과 다른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두산건설 인수전에 참여해 실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향후 대형건설사를 인수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중흥그룹이 하지 않는 토목분야의 사업구조, 방식, 수익성 등을 파악할 수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을 외국계 투자은행(IB)을 통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이 아직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현재 경영난으로 두산건설 매각을 급하게 추진하는 셈인데 그만큼 매수 희망자가 가격 협상력 등에서 우위를 지닐 수도 있다.
다만 너무 큰 덩치, 높은 부채비율, 두산그룹이 최근 10년 사이 2조 원 이상을 투입했는데도 여전히 순손실을 보고 있는 점 등은 두산건설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매각 전 우발채무, 부실사업장 정리 등을 통해 두산건설의 매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유동자금 등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을 때 대형 인수합병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두산건설 인수와 관련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