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정상화 난항
2020년 3월5일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케이뱅크의 빠른 정상화가 어려워졌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벌금형 이상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이 주요 뼈대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오를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은행법은 2020년 3월4일 국회 법제사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본회의에서 반대표와 기권표가 대거 발생하며 부결됐다.
구현모는 케이뱅크 정상화를 통해 BC카드와 케이뱅크, KT를 세 축으로 하는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라는 KT 금융사업의 새 판을 짜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인터넷은행법의 부결로 케이뱅크 정상화가 밀리면서 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터넷은행법 부결 이후 구현모가 케이뱅크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계열사를 통한 우회증자 △기존 주주를 설득해 다 함께 증자에 참여하는 방법 △새 주주를 끌어들이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를 설득해 다 함께 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은 KT가 케이뱅크 지배력을 높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20대 국회 폐회 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처리를 하지 못해 개정안이 21대에 다시 발의되더라도 통과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새 주주를 끌어들이는 방안은 새 주주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결국 10% 이하로 한정돼 있어 자본확충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급한 불 끄기’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자회사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BC카드는 KT의 자회사 가운데서 케이뱅크 우회증자에 가장 적합한 회사로 꼽힌다.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은행법에 따른 주식 보유한도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법의 은산분리 원칙에 따르면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역시 구현모의 케이뱅크 자본 수혈을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2020년 3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자본을 늘리면 법 개정이 없이도 케이뱅크의 증자가 가능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케이뱅크의 증자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지금 상태에서 하든 나중에 하든 돕겠다”고 말했다.
| ▲ 구현모 KT 최고경영자 내정자(왼쪽)이 2020년 1월13일 서울시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0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
△인사 및 조직개편
구현모는 2020년 1월16일 KT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구현모의 인사와 조직개편을 두고 사업적 측면에서는 황 전 회장의 방향을 따르는 한편 인사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현모는 기업고객과 글로벌고객을 각각 담당하던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 역시 기업부문으로 통합했다. 기업부문은 기업사업부문을 맡고 있던 박윤영 사장이 맡는다.
KT 전체에서 구현모 본인을 포함해 단 두 명밖에 없는 사장 가운데 한명을 기업부문의 수장에 앉힌 것이다. 이를 두고 황창규 전 회장이 줄곧 강조해왔던 5G통신 B2B(기업 대 기업)사업을 강화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KT가 2019년부터 주력해왔던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기조 역시 이어간다.
구현모는 AI/DX융합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이 부문에서 5G통신 서비스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AI/DX융합사업부문 부문장에는 전홍범 KT 융합기술원장 부사장을 보임했다.
이 밖에도 구현모는 기존에 커스터머&미디어부문과 마케팅부문으로 나뉘어있던 영업, 상품·서비스 개발조직을 ‘커스터머부문’으로 통합했다. 커스터머부문은 강국현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맡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1개 지역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도 6개의 광역본부로 합쳐졌다.
인사에서는 ‘임원 다이어트’ 측면이 강조됐다.
구현모는 전무 이상 고위급 임원을 33명에서 25명으로 줄였다. 전체 임원 수도 112명에서 98명으로 12% 줄였다.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등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부근무’로 발령이 났다. 부근무는 담당하는 보직이 없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이동면 사장은 2020년부터 BC카드 사장을 맡게 됐다.
최고경영자 선발 과정에서 구현모와 경쟁했던 박윤영 KT기업부문 부문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구현모가 박 사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지명
2019년 4월12일 KT 이사회가 다음 회장 선임을 위한 공식절차를 시작하면서 구현모도 물망에 올랐다. 2019년 12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으며 2020년 3월30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KT 이사회는 국민기업인 KT 대표이사에 회장 직급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꾸고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구현모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확정됐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에 끝난다. KT는 다음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조금 이르게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사내 대표이사 후보는 KT 또는 KT의 그룹사에 재직한 기간이 2년 이상이면서 KT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사람이 대상인데 구현모도 자격을 갖췄다.
구현모는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미디어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등과 함께 유력한 대표이사 후보로 꼽혀왔는데 김인회 사장이 스스로 후보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하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구현모가 국회의원 정치자금 후원금 문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회장후보로 적절치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신설된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맡아 5세대(5G)통신 가입자 이끌기 위해 힘써
구현모는 2018년 11월28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규모가 커진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을 처음으로 맡아 이끌게 됐다.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은 KT 안에서 매출규모가 가장 크다.
커스터머부문은 유선과 무선사업의 개인고객 모집과 응대 등을 담당하며 미디어부문은 KT의 인터넷TV(IPTV)사업을 맡는다.
조직개편을 통해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내부에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와 뉴미디어사업단을 신설하며 조직을 더 키운 뒤 구현모를 보낸 만큼 황창규 KT 회장이 구현모에게 중책을 맡긴 것으로 평가된다.
구현모는 2019년 4월2일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맞아 5G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5G통신 초기에 개인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해 주도권을 잡는 데 힘쓰고 있다.
KT는 달마다 8만 원을 내는 ‘슈퍼플랜 베이직’과 월 10만 원을 내는 ‘슈퍼플랜 스페셜’, 월 13만 원을 내는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 모두에 완전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KT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곧바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구현모가 롱텀에볼루션(LTE) 도입 때 초기 가입자 확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어 5G통신 상용화 시작과 함께 가입자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T는 5G통신 상용화 첫 달인 4월에는 5G통신 점유율 38.5%를 확보하며 SK텔레콤의 점유율 35.1%, LG유플러스의 점유율 26.4%보다 앞서며 5G통신 가입자 확보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5월 말에는 32.1%로 하락하며 SK텔레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KT는 2019년 8월 말 기준으로 5G통신 가입자 86만 명을 확보하며 5G통신시장 점유율 31%를 확보했다.
△가상현실 테마파크 플랫폼 사업자로 전략 수정
KT는 2018년 3월 가상현실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구현모는 테마파크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2019년 8월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전략을 수정했다.
KT는 가상현실 체험존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3D팩토리가 운영하는 전국의 ‘VR플러스’ 3개 매장과 ‘캠프VR’ 7개 매장에 KT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KT는 해외에서도 가상현실 테마파크사업을 열고자 하는 기업 고객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2019년 8월 말레이시아에 가상현실 테마파크 '브리니티'를 열었다.
KT는 브리니티를 해외 플래그십매장으로 활용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지역의 가상현실 콘텐츠와 플랫폼을 유통하는 기업 대상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TV(IPTV) 경쟁력 강화 위해 콘텐츠 확보 및 유료방송 인수합병 추진
KT는 인터넷TV(IPTV)인 올레tv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입자들의 이용성향을 분석해 유아동 대상의 키즈 콘텐츠와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콘텐츠, 영화 콘텐츠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해당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KT는 미국 유아동 출판사인 스콜라스틱과 2019년 5월 협약을 맺고 올레tv의 유아동 전용관인 키즈랜드를 통해 스콜라스틱의 영어교육 코텐츠 220여 편과 뽀로로, 핑크퐁 등 캐릭터를 활용한 영어교육 콘텐츠 220여 편 등 500편이 넘는 영어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4월 워너브러더스와 소니픽쳐스, NBC유니버설,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파라마운트픽쳐스, 이십세기폭스까지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력해 개봉을 앞둔 영화를 미리 보여주는 ‘올레tv 초이스’ 서비스도 내놨다.
또 시니어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 2019년 5월 ‘룰루랄라’라는 시니어 전용관을 선보이고 외국 영화를 더빙해 제공하는 특별관을 비롯해 여행, 골프, 낚시 등 취미생활과 지식, 건강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존에 IPTV 가입자들을 위한 부가서비스 성격이 강했던 '올레tv모바일'을 2019년 10월10일 '시리얼(Seereal)'로 개편하고 새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시리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예정돼있던 시리얼의 출시를 무한적 연기했다.
KT는 2018년 말부터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지만 국회가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1년 넘게 논의를 지속하고 있어 인수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2015년 6월에 도입된 3년 한시법으로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019년 9월 취임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두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어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재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면 KT가 다시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슈퍼 VR tv'를 소개하고 있다. < KT > |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장 맡아
구현모는 KT의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을 진두지휘했다.
KT는 2018년 5월29일 구현모를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장으로 임명하며 그룹 차원에서 대북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구현모는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한 뒤 바로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고 KT에서 전략 전문가로서 성과를 거둔 경험도 많아 KT의 대북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개성공단이 추가로 개발되면 통신망 설치 수주를 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은 통신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남북 경협이 확대되면 통신망 설치와 보수사업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KT는 가상현실(VR)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 등 인도적 남북 교류사업을 지원하고 KT의 자회사인 KTSAT의 위성망을 바탕으로 북한 농어촌지역에 위성인터넷을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KT 구조조정
구현모는 2014년 KT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를 맡아 KT의 구조조정 작업을 이끌었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은 2013년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비해 3배 이상 비대한 KT 조직규모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014년 8300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했다. KT렌탈과 KT캐피탈 등 비통신계열사 17곳을 매각하는 등 자회사들도 정리했다.
KT는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금 지급으로 2014년 영업손실 4065억 원을 냈다.
구현모는 2016년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T는 경쟁사와 비교해 인력이 여전히 비대하다.
KT의 제2노조인 KT 새노조는 황 회장 취임 뒤 이뤄진 구조조정을 문제삼으며 지속적으로 황 회장과 구현모를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제 1노조가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며 2011년 출범한 노조로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롱텀에볼루션(LTE) 구축
구현모는 KT 개인고객본부장 시절 한달 만에 롱텀에볼루션(LTE) 구축을 해냈다.
KT는 LTE서비스 개시에 차질을 빚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4G LTE 진출이 6개월 이상 뒤처졌다.
2011년 말 구현모는 경영진 회의 도중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뒤진 만큼 후발주자는 속도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당장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명단을 발표했다.
이후 한달 만인 2012년 1월4일 KT는 LTE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KT는 LTE 후발주자로서 이용자가 요금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구현모는 ‘KT 휴대폰 고객끼리 무료통화’와 ‘데이터 안심요금제'를 제안해 성공적으로 LTE 서비스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