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12월4일 열린 경영설명회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의 중장기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8%.’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12월 진행한 경영설명회에서 직접 밝힌 2025년 재무목표다.
이 사장은 당시 강조했던 원가 절감뿐 아니라 신차의 가격 인상까지 동시에 추진하며 수익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부터 현대차가 사전계약에 들어간 7세대 아반떼 ‘올 뉴 아반떼’의 판매가격(개별소비세 1.5% 기준)을 살펴보면 이전 모델인 6세대 아반떼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보다 가격이 10% 이상 인상됐다.
현대차는 올 뉴 아반떼의 1.6 가솔린모델의 최저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인 스마트모델을 1531만 원에서 1561만 원 사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모델의 최저트림과 비교하면 가격이 11.3~13.4% 오르는 것이다. 중간트림과 최고트림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가격 인상폭이 10~13%가량 된다.
현대차는 통상적으로 새 모델을 내놓을 때 5% 안팎으로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번에는 그 폭을 매우 크게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대거 기본으로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기존 아반떼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인 △전방충돌 방지보조 △차로이탈 방지보조 △운전자 주의경고 △하이빔 보조 △차로 유지보조 등을 선택하려면 옵션(50만~75만 원 상당)을 장착해야 했지만 올 뉴 아반떼에는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달린다.
기존 아반떼에서 중간트림부터 적용됐던 뒷좌석 높이조절 헤드레스트와 크루즈컨트롤 등도 이번 모델에서는 최저트림부터 기본으로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합리적 가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최저트림에서 아무런 옵션도 선택하지 않는 이른바 ‘깡통모델’을 구입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아예 차단해버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전략에 무게를 뒀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동차부문에서 영업이익률 2.8%를 거뒀다.
이원희 사장이 직접 밝힌 재무목표 ‘영업이익률 8%’(2025년)를 달성하려면 해마다 1%포인트씩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한다.
이 사장은 애초 지난해 경영설명회에서는 권역본부 중심의 수익성 관리를 강화하고 원가 절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재무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원가절감 추진위원회를 플랫폼과 부품의 공용화, 판매비용과 품질비용 등 사업의 비효율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모두 8개 분과로 나눠 모든 분야에 걸친 원가 혁신에 사활을 걸겠다고도 했다.
이런 노력들에 더해 수익성 향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신차의 가격 인상인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아반떼는 2019년 기준으로 현대차의 승용차 라인업 가운데 그랜저와 쏘나타에 이은 판매 3위 모델이다. 판매량이 꾸준히 줄어들긴 하지만 내수에서만 연간 6만 대 이상 판매되는 주력모델인 만큼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향상에 충분한 보탬이 될 수 있다.
글로벌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아반떼의 가격 인상이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에 더욱 크게 기여할 여지가 많다.
현대차는 2019년에 전 세계에서 아반떼를 55만8255대 판매했는데 이는 투싼(67만2141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 것이다.
이 사장의 현대차 수익성 개선 의지는 현대차의 체질 개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다양한 노력들로 수익성을 높여 마련한 재원들을 전동화사업 투자와 모빌리티 서비스사업 기반 구축 등 미래차시장에 대응하는데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가 세워놓은 중장기 전략인 ‘2025 전략’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래사업의 기반을 확보하는데 모두 20조 원을 투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