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업황 개선 발맞춰 기술수준 향상에 속도
이석희는 서버 및 5G스마트폰 등으로 회복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잡기 위해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D램을 보면 차세대 규격 DDR5 제품을 2020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DDR5는 기존 DDR4 규격과 비교해 전력 소모는 30% 줄어드는 반면 데이터 전송속도는 1.6배가량 빠른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DDR5 D램이 전력 소모가 많은 서버 및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모바일용 DDR5 반도체 ‘LPDDR5’는 고사양 스마트폰 비중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19년 8월 공개한 ‘HBM2E’는 초당 460GB에 이르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풀HD급 영화 124편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낸드플래시를 보면 2019년 6월부터 128단 적층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낸드플래시는 기본 단위인 ‘셀’을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월 9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뒤 8개월 만에 128단 적층에 성공한 것이다.
이석희는 이처럼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메모리반도체의 성능을 더욱 높이기 위해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완공되는 이천 M16 공장에 EUV 전용 라인이 마련된다.
극자외선 공정은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불화아르곤레이저 대신 파장이 더 짧은 극자외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어 반도체 성능 향상에 필수로 여겨진다.
|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 7월21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메모리반도체 이은 새로운 먹거리 이미지센서 개발
이석희는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지센서 등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화상을 표현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3월 자체 이미지센서 ‘블랙펄’의 신제품을 내놨다. 화소 크기 1.0㎛로 기존 1.12㎛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이미지센서는 화소가 작아질수록 더 많은 화소를 탑재해 화질을 높일 수 있다.
신제품은 2020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1.0㎛ 제품을 시작으로 2020년 하반기에 화소 크기 0.8㎛의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증가 추세에 따라 이미지센서의 수요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 1대당 평균 카메라 개수는 2017년 2.2대에서 2020년 3.9대로 증가했다.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미지센서시장은 2019년 155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215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희는 성장하는 이미지센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술 개발 이외에도 생산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천 M10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에는 일본 도쿄에 이미지센서 연구센터를 열기도 했다.
다만 이미지센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다. 현재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일본 소니가 50%가량, 삼성전자가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친다.
△일본 수출규제에 반도체소재 확보 총력
이석희는 일본정부가 반도체소재 수출을 규제하자 이에 대응해 소재 확보에 힘썼다.
일본정부는 2019년 7월1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재료들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희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9년 7월21일 일본으로 떠났다. 며칠 동안 현지에 머무르면서 협력업체의 경영진들과 만나 소재 수급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주요 소재 일부를 국산화하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0월부터 국내 업체로부터 불화수소를 공급받아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세정하는 데 사용된다.
반도체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일본 업체 JSR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또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기업과 함께 미국 스타트업 인프리아에 투자하고 있다. 인프리아는 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과 소통으로 ‘행복경영’ 추구
이석희는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복경영’ 방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매 분기 직책자와 임원들이 참석하던 경영설명회를 ‘All-Hands Meeting’으로 바꿨다. 원하는 구성원이 참석해 질의하고 경영진이 응답하는 방식이다.
2019년에는 최초로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측정했다.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행복 지도 초안을 만들고 구성원 행복 증진을 전담하는 조직도 꾸렸다.
구성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실천수칙도 직접 만들었다. 먼저 임원들의 복장을 자율화했고 임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불필요한 의전도 없앴다. 보고가 마음에 안 들 때는 보고자를 나무라기보다는 보고서의 문제점이나 대안을 지적하게 하는 방침도 세웠다.
2019년 10월2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간 대담도 진행했다. 2천명이 넘는 참여자가 접속해 1만 건에 가까운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이석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솔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020년 3월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전문에 행복경영 방침을 명시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2019년 SK하이닉스 실적 부진,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타격
SK하이닉스는 2019년 들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19년 매출은 26조9907억 원, 영업이익은 2조712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87% 줄었다.
이처럼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한 이유는 1년 사이 급락한 메모리반도체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DDR4 8GB 기준 D램 고정거래가격을 보면 2019년 1월 6달러 선에서 2019년 8월 3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과 중국 갈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2017~2018년 ‘반도체 호황’이 기고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말도 나온다.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던 만큼 실적 부진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을 발표하며 “더욱 신중한 생산 및 투자전략을 운영할 것”이라며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한편 차세대 제품을 차질 없이 준비해 원가 절감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급성장 이끈 성과로 대표이사 올라
이석희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인 D램의 호황으로 2018년까지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석희는 SK하이닉스의 2018년 연말인사에서 박성욱 부회장의 후임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박성욱 부회장은 6년 동안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장수 CEO'로 주목받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의 승진인사를 발표하며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 합리적이면서도 과감한 추진력을 갖춰 임직원에 높은 신임을 얻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석희가 SK하이닉스를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
이석희는 SK하이닉스에서 D램개발사업부장을 맡은 만큼 D램 기술전문가로서 전체 연간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D램에 의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이끌기에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SK하이닉스 역대 최대실적 ‘일등공신’
SK하이닉스는 2017년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꼽혔던 D램 미세공정 기술 발전과 수율 안정화에 주력해온 이석희가 이런 성과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희는 2016년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가 신설한 사업총괄 직책에 올라 역할을 강화했다. 박성욱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에 오르는 등 SK그룹 차원의 역할을 강화하며 바쁜 행보를 보이자 이석희가 실제 사업 운영에 영향력을 더욱 키운 것이다.
경영총괄을 맡던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이 SK하이닉스의 신설 자회사 대표이사로 이동하며 이석희는 경영총괄까지 겸임하게 돼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게 됐다. 사업과 재무관리 등 SK하이닉스의 핵심적 실무를 모두 책임진 셈이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약 10조 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와 D램에 모두 공격적 증설을 계획하며 연초보다 시설투자금액이 늘어났는데 이석희가 이런 결정과 투자전략 수립 과정에서 모두 중요한 책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D램 공정 전환 늦어진 타격 만회
SK하이닉스는 2016년 D램 미세공정 전환이 늦어진 결과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15년 분기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16년 1분기 영업이익은 5620억 원, 2분기는 4530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함께 90% 이상의 점유율로 과점체제를 구축한 글로벌 D램시장에서 IT기기의 수요 둔화로 공급과잉이 벌어져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에 가장 앞서고 선제적 투자로 공정 전환도 일찍 이뤄내 업황 악화의 타격을 최대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SK하이닉스와 상반되는 상황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전략 착오를 인정하고 2016년 하반기부터 20나노 초반대의 D램 미세공정 전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6년 3분기 영업이익이 7270억 원으로 올랐고 4분기에는 업황 개선의 수혜도 입어 1조5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석희가 D램개발사업부문장을 맡으며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진두지휘해 SK하이닉스가 D램 미세공정 기술발전 추진력을 확보하며 빠른 체질 개선으로 실적 타격을 금세 만회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텔에서 활약하고 SK하이닉스로 자리 옮겨
세계적 반도체기업 인텔에서 핵심 인재로 선정될 만큼 성과를 거뒀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SK하이닉스에 영입됐다.
2000년 인텔에 처음 입사할 당시 전공과 관련이 적은 공정오류 분석업무를 맡았다.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호출돼 고충이 컸다고 한다.
이 때 모든 장비를 분석해 오류가 나는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매뉴얼로 만드는 성과를 내자 이후 능력을 빠르게 인정받으며 연구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 수상하며 핵심인재로 떠올랐다. 이 상은 해마다 단 한 명에게만 준다.
2010년 임원 승진을 앞두고 노모를 돌보기 위해 귀국할 때는 인텔에서 6개월 이상 사직을 만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2013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자공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주로 반도체 미세공정과 제조기술 분야 연구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이석희를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초빙했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를 영입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하며 “SK하이닉스의 선행기술을 이끌 초대 미래기술연구원장의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