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4년 연속으로 수천억 원대 연결기준 순이익을 내면서 두산그룹 대표 계열사로서 위상을 다지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중단했던 주주배당을 재개할 만한 재무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08년 실적과 관련해 2009년 모두 235억 원의 결산배당을 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현금배당을 한 적이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8~2019년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도 2년 연속으로 4천억 원 가까이 거뒀다.
그러나 2019년 실적과 관련해서도 배당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
자회사 두산밥캣과 모회사 두산중공업, 두산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두산 등이 매년 현금배당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9년에만 두산밥캣으로부터 배당수익을 600억 원 이상 거뒀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와 관련해 “2015년 시장침체기에 생긴 순손실 여파로 아직 배당 가능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배당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은 말 그대로 주식배당이나 기타 목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이익을 뜻한다. 기업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규정으로 재무상태표상 순자산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차감해 산출한다.
배당 가능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말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수익을 거둬왔지만 아직 주주들에게 나눌 만큼의 돈을 벌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생긴 재무적 부담에 더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맞물리면서 한동안 경영난에 시달렸다. 2015년에는 연결기준 순손실 8600억 원이나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수차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 조직 통폐합, 생산시설 감축, 공작기계사업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6년 흑자로 돌아섰고 같은 해 말에는 두산밥캣 상장에도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후 실적 개선추세를 이어왔다. 부채비율도 2015년 267%에서 2019년 166%로 낮아졌다.
중국 굴삭기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든 데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공략도 꾸준히 진행한 덕을 봤다.
다만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사이클이 하락 추세로 접어든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향후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 등에서 부진을 고려해 올해 실적 전망을 연결기준 매출 8조5천억 원, 영업이익 7936억 원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2019년 잠정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4% 늘지만 영업이익은 5.6% 줄어드는 것이다.
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일이 다소 험난할 수 있는 셈이다. 그룹사 재무지원 가능성이나 중국 자회사(DICC)가 얽힌 소송과 관련해 재무적 위험요소가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점을 들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리기도 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업황 둔화에 따라 견고했던 수익 창출력이 현재보다 악화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의 수익기반 약화, 두산건설의 추가 잠재부실 가능성, 두산의 높은 배당정책 등도 그룹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제품과 지역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콘셉트-엑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비즈니스를 확대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