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 원대 증권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놓고 소액주주의 반발도 나오는 등 자본금 1조 원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9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1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분기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 12월23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조달금액 가운데 주주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1175억 원을 모으고 나머지 1천억 원은 특수목적법인(SPC) 점프업제일차를 상대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하이투자증권 자기자본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선다. 2019년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 자기자본 규모는 7863억 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확충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투자금융(IB)부문 등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증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대형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수익구조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치중돼 있어 리스크가 높은 증권사로 꼽힌다. 2019년 6월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과 관련된 우발채무는 9752억 원으로 자기자본 규모보다 크다.
금융당국이 부동산금융과 관련해 올해 7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설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에 하이투자증권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에 투자금융사업본부 주식자본시장(ECM)실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투자금융 역량 강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1월 LG화학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과 공동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소액주주들의 불참으로 대규모 실권이 발생해 자기자본 1조 원대 진입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DGB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유상증자에서 신주의 발행가액이 높게 책정돼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사실상 차단하고 소액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17년 말 DGB금융지주에 인수된 뒤 계열사로 편입됐다.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이 산정한 신주의 발행가액은 주당 1175원이다. 이는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거래되는 1월15일 기준 하이투자증권 주가 750원의 2배에 가까운 액수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순자산가치 등 회사의 실질가치를 감안한 주당 가치가 1403원으로 계산됐지만 주주배정 증자 발행가는 오히려 16.25% 할인한 가격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최종 조달금액이 1천억 원대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달금액이 1천억 원대에 그치면 자본금 1조원 대 진입은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 미참여로 발생되는 실권주는 미발행할 방침”이라면서도 “DGB금융지주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1천억 원 규모로 참여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최소 2천억 원은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1월14일 부산지방법원에 하이투자증권의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부산지방법원은 1월17일 하이투자증권의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신청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