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과 현대백화점 ‘형제경영’ 시동
2019년 3월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 처음 이름을 올리며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형제경영 신호탄을 쐈다.
두 오너 형제의 조력자로 그룹 전반을 챙기던 이동호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두 형제에게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의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으로 10년 동안 목표로 할 '비전2030'를 준비하고 있는 데 정 회장과 정교선의 ‘형제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원래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사업을 맡고 정교선이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등 기타 유통사업을 들고 계열분리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당분간 협력하며 경영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홈쇼핑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전환
현대홈쇼핑은 2019년 1월1일 기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현대홈쇼핑을 정점으로 현대HCN과 한섬, 현대L&C, 현대렌탈케어 등을 아래 두는 구조다.
홈쇼핑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새 성장동력이 될 핵심 사업들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정교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푸드가 지주사인 현대홈쇼핑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교선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력도 단단해졌다.
정교선은 2018년에 현대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7.75%를 사들여 지분율을 23.03%로 늘린 뒤 2019년에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2020년 1월 기준으로 현대그린푸드 지분 23.53%를 보유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 등 유통부문을 맡고 정교선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등 기타 유통부문을 맡아 계열분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대홈쇼핑 지분 15.80%와 현대그린푸드가 소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1% 등을 맞바꾸는 형태의 추가 작업 등이 필요한 만큼 계열분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부터 지주사체제를 갖추기 위해 모건스탠리PE에서 보유한 현대L&C(옛 한화L&C) 지분 100%를 3666억 원에 인수했으며 2019년에는 현대홈쇼핑이 들고 있던 현대리바트 지분 1.3%을 현대그린푸드에 모두 매각했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현대홈쇼핑은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6255억 원, 영업이익 993억 원을 냈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13.6% 늘었다.
| ▲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15년 12월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개점한 '메그놀리아 베이커리' 국내 2호점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렌털사업 투자 확대
정교선은 렌털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꾸준히 투자를 늘렸다.
현대홈쇼핑은 2019년 2월 유상증자를 통해 1천억 원을 현대렌탈케어에 투자했다.
현대렌탈케어는 현대홈쇼핑이 2015년 4월 생활가전 렌털사업을 위해 세운 곳으로 2018년 매출 450억 원을 거둔 데 이어 2019년 매출 900억 원을 목표로 했다.
현대렌탈케어는 받은 자금을 렌털서비스 영업망 확대와 인력 확충, 신제품 출시 등 사업 확장에 사용했다.
렌털업계 후발주자지만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과 협업하며 대형가전 및 가구류를 중심으로 렌털상품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렌털사업이 유통업과 마찬가지로 고객 기반사업인 만큼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경쟁우위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통채널, 고객신뢰 등 노하우를 갖춘 것도 장점이다.
렌털사업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등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의 출시주기가 짧고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 등으로 매년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패션사업 확대
정교선은 홈쇼핑업계에서 매출비중이 높은 패션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홈쇼핑 전체 매출에서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패션사업에서 성과를 내면 그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정교선은 2019년 자체적 고급 패션 브랜드 '라씨엔토'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현대홈쇼핑은 2019년 라씨엔토 총주문금액 목표를 2018년보다 20% 높인 500억 원으로 정하고 라씨엔토를 3년 안에 1천억 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씨엔토는 2017년 9월 현대홈쇼핑이 처음으로 선보인 자체 패션 브랜드다.
‘좋은 옷을 입으면 누구나 기분 좋아진다'는 표어 아래 고급 소재와 차별화한 디자인, 봉제기법 등을 추구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과 협업을 통해 새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2015년 고급 여성복브랜드 ‘모덴’을 선보였는데 인기가 높자 남성복 브랜드 ‘모덴옴므’도 내놨다.
2016년 9월에는 정구호 디자이너와 손잡고 ‘제이바이(J BY)’를 만들었다. 론칭 이후 4번의 방송으로 누적 매출 120억 원을 보여 홈쇼핑 사상 최단시간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홈쇼핑 자체 브랜드 경쟁력 확대
정교선은 홈쇼핑업계에서 자체브랜드로 현대홈쇼핑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1월 자체브랜드 '알레보'를 출시하고 자체 브랜드영역을 '생활용품'으로 넓힌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2017년 6월 처음으로 가전제품에서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다. 모두 4번에 걸쳐 냉풍기 자체 브랜드 '오로타'를 판매했는데 매출 37억 원을 거두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7년 9월 두 번째 자체 브랜드로 패션 브랜드 라씨엔토를 출시했다. 현대홈쇼핑은 이탈리아 원단회사에서 직접 원단을 공급받았다는 점을 앞세워 가을과 겨울에 모두 16가지 라씨엔토 의류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홈쇼핑 전체매출에서 자체 브랜드와 단독 브랜드 등 자산화 브랜드 매출비중은 2014년 25.7%에서 2016년 36.2%으로 늘었다. 2020년까지 자산화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최근 홈쇼핑업계의 전반적 경기 부진에도 현대홈쇼핑은 자체 브랜드와 단독상품 등으로 발빠르게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개편
2018년 정교선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함께 계열사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계열사들끼리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순환출자는 실제론 자본금이 늘어나지 않는데도 장부상으론 자본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은 2018년 4월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의 강한 의지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투자사업 영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 등 기존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
정교선은 2018년 4월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사들여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이를 통해 정교선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15.3%에서 23.0%로 늘어났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 ▲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16년 3월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5주기를 하루 앞두고 정 전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
△리빙사업 경쟁력 강화
현대백화점그룹은 2017년 9월 현대리바트와 현대H&S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종합 인테리어 수요 확대에 대응해 리빙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법인이름을 현대리바트로 하고 지분 39.89%를 보유한 현대그린푸드를 최대주주로 두게 됐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 성장이 정체한 가운데 유통회사들은 홈퍼니싱, 패션, 화장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와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맺고 등 인테리어 등 리빙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 처우 개선
정교선은 2017년 8월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에 소속된 파견 및 도급직 등 비정규직 직원 2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16년 뽑은 신규 채용인원 2340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협력사원의 복지혜택도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2017년 8월 매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협력사원(판매사원)의 복리후생 개선을 위해 연간 50억 원 규모의 '현대 패밀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현대 패밀리 프로그램은 현대백화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협력사원 1만 명에게 상품 구입 때뿐 아니라 문화공연이나 문화센터 이용 때도 정규직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협력사원 복지프로그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들 자녀의 학비와 의료비 지원을 늘리는 데도 힘썼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협력사원 자녀 250여 명을 대상으로 매년 5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협력사원 자녀의 난치병 치료를 위해 1인당 최대 3천만 원 한도의 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협력업체를 위해 6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1년에 최대 3억 원까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정교선은 현대백화점그룹에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를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교선은 ‘주니어보드’를 운영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도 열심이다. 주니어보드는 한 달에 한 번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이 40여 명의 직원과 식사를 같이하며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현대렌탈케어 설립
정교선은 2015년 4월 600억 원을 출자해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한 뒤 지분 100%를 확보했다. 6월부터 정수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안에 연매출 2500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뒤 동양매직을 인수해 렌털업계에서 덩치를 키우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코웨이, 교원, 청호나이스 등 렌털회사들 사이에서 경쟁하게 됐다.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취임
2008년 정교선이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현대홈쇼핑 실적이 수직상승했다.
정교선은 2008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대홈쇼핑은 2009년 매출 5157억 원, 영업이익 1200억 원을 냈는데 2008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40% 늘어났다.
현대홈쇼핑의 실적은 2010년 매출 5765억 원, 영업이익 1334억 원으로 늘었고 2011년에는 매출 7114억원, 영업이익 1523억 원으로 증가했다.
민형동 당시 현대홈쇼핑 대표는 “정교선 사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2010년 9월 코스피에 상장됐다.
2015년에 현대홈쇼핑은 만년 4위에 머물렀던 업계 순위(취급고 기준)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현대홈쇼핑의 성장세의 주요 이유로는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꼽혔다. 패션부문이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데 매출이 계속 오른 점도 요인이 됐다.
정교선은 2012년 패션회사 한섬을 인수해 현대홈쇼핑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현대홈쇼핑은 2017년까지 실적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8년 홈쇼핑시장의 경쟁 심화와 유통업계의 성장정체,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사업모델 등장 등으로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연결기준으로 2016년 9694억 원, 2017년 1조431억 원, 2018년 1조17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2016년 1113억 원, 2017년 1253억 원, 2018년 1123억 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