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피해 배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금융감독원의 자율배상 기준안이 도착하자마자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안을 신속히 마련함으로써 고객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파생결합펀드 피해 자율배상안을 의결했다.
14일 금감원으로부터 배상비율 55%를 기준으로 한 자율배상 기준안을 전달받자마자 이사회를 소집한 것이다. 자율배상안은 금감원 자율배상 기준안을 따른다.
자율배상 기준안은 지난해 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선정한 파생결합펀드 피해 대표사례 6건의 조정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자율배상 기준안을 기초로 한 자율배상안을 파생결합펀드 피해고객에게 제시하고 자율조정에 동의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은행의 파생결합펀드 관련 자율배상건수는 600여 건으로 1월 안에 자율조정절차가 끝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가 이뤄져 배상금은 즉시 지급이 가능하다”며 “이르면 1월 안에 자율배상절차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가 평균 80% 수준의 손실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자율배상으로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의 평균 손실율은 2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손 회장은 빠른 배상을 통해 우리은행을 향한 고객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배상금 지급을 위해 그동안 파생결합펀드 문제를 전담해 온 태스크포스에게 배상금 지금과 관련된 준비까지 해두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경영전략회의 등을 통해 고객신뢰 회복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올해 경영목표를 ‘고객신뢰와 혁신으로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으로 정했고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뜻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의 태도를 직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파생결합펀드 피해배상에 속도를 냄으로써 16일 열릴 금감원 제재심의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재판과 비슷한 대심제로 열려 손 회장이 타당한 논리로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에 따른 손 회장의 제재 수위를 문책경고로 정하고 사전통보했다.
문책경고는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과 함께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은 16일 금감원 제재심의원회에 직접 출석해 증언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