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박재식 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선출된 데 이어 6월 김주현 회장도 여신금융협회장에 올랐다.
조만간 새 금융투자협회장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7파전, 여신금융협회장은 무려 10파전으로 치러졌다.
4일 후보 공모가 마감된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도 4파전으로 치러진다.
권용원 전 회장의 부재로 갑작스럽게 선거를 치르게 됐지만 4대와 마찬가지로 4명의 후보가 입후보했다.
금융협회장은 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소비자 보호’를 향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금융회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자리지만 매번 협회장 선거 때마다 입후보하는 사람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권 협회장 선거가 북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예전과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가 꼽힌다.
그동안 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관료 출신의 특정인물이 유력하게 거명되는 일이 많았지만 몇 년 전부터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런 일이 거의 없어졌다.
올해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여신금융협회장 선거 때도 후보 등록을 앞두고 정부가 낙점한 인사가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낙점 인사가 없다는 사실이 유력해지면서 후보자가 몰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최근 다시 관료 출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면 정부 혹은 금융당국과 연결고리가 있는 관료 출신이 더 낫지 않겠냐는 업계 내부의 수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외적으로 금융투자협회장은 다른 협회장과는 달리 낙하산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실제 2009년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이 금융투자협회로 통합 출범한 뒤 황건호, 박종수, 황영기, 권용원 회장 등이 모두 과거 증권사 사장을 거쳤다.
누가 와도 마찬가지라는 ‘무용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협회는 업계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업계마다 온도 차이가 있지만 금융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일이 애초부터 쉽지 않은 만큼 협회장을 놓고 불만이 매번 나온다.
민간 출신이 회장이 되면 ‘민간 출신이기 때문에’, 관료 출신이 회장이 되면 ‘관료 출신임에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매번 협회장 선거를 치를 때마다 후보들이 일제히 ‘존재감 있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제1금융권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없지는 않겠지만 제2금융권에서는 특히 협회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특정 협회는 업계를 대변한다기보다는 업계의 불만을 입단속하기 바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연봉 등 현실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6대 금융협회장 회장의 연봉을 살펴보면 전국은행연합회가 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금융투자협회가 6억 원, 여신금융협회가 4억 원, 저축은행중앙회가 3억9500만 원, 생명보험협회가 3억6천만 원, 손해보험협회가 3억5300만 원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직 CEO가 받는 돈에는 못 미치지만 대부분 협회장 자리는 관료 출신이나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많이 간다”며 “실적 압박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볼 때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출마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보수만 5억3500만 원에 이른다. 연간 10억 원으로 어림잡아도 금융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보수가 훨씬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