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그동안 중국에 집중해온 글로벌 사업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홍콩 등에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베트남 등 신남방지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20일 하나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중국 법인 순이익은 30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43%가량 크게 뒷걸음질 했다.
하나은행의 중국 법인은 2017년 순이익 373억, 2018년 543억 원으로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실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법인도 3분기까지 순이익 43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47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상반기 말에는 순이익이 누적 기준 2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36% 줄어들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갈등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홍콩에서도 시위가 격화하는 등 중화권지역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하나은행 중국사업 역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과 홍콩의 정치적 상황으로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이 실적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다만 하나은행은 중국 외에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두고 있어 글로벌사업 전체적으로는 봤을 때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 가운데 중국사업에 가장 활발히 공을 들여온 은행으로 꼽히는 만큼 지 행장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지 행장은 홍콩과 중국에서 해외진출의 기틀을 닦아 하나은행 중국법인을 순자산 9조 원가량의 규모로 키워낸 주역으로 꼽힌다. 홍콩지점을 시작으로 30여 년 동안의 은행원 경력 가운데 절반을 홍콩과 션양 등 중화권지역에서 쌓았다.
중국 법인은 하나은행 해외법인의 전체 순자산과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크다.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 중국 내 동북3성에 모두 영업점을 두고 있는 유일한 국내 은행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홍콩 시위로 국내 시중은행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데다 중국 현지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자 하나은행 역시 이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지 행장은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지역에서 성과를 내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최근 베트남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BIDV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 지은 만큼 현지 은행의 영업점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뒀다.
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를 직접 만나는 등 베트남사업 확장에 적극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 행장은 올해 3월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은행이 가고자 하는 시장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신남방지역”이라며 “임기 2년 동안 본격적으로 신남방지역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최근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사업을 강화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곳”이라며 “하나은행 역시 중국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