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고급화 전략의 시점을 놓친 측면이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9월23일 미국에서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는 중국에서 판매 반등을 위해 고급차 전략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중국에서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지 못해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만큼 제네시스 투입시기를 두고 신중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중국 출시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중국에 제네시스 차량을 판매할 별도의 전문 판매법인을 세우며 수입판매를 위한 기틀을 닦았다는 점에서 차량 출시시기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고급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인기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 출시를 기점으로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어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11월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국내 출시하는 데 이어 내년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 짧은 시간에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게 힘든 만큼 다른 시장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SUV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정 수석부회장이 GV80을 앞세울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2017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 2888만 대 가운데 이 중 SUV는 1025만 대로 35% 차지했다. 2018년 1분기에는 SUV 판매비중이 40%로 더욱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중국에서 판매 감소요인의 하나로 고급화 전략을 서둘러 펼치지 못한 것을 꼽는 만큼 중국진출을 서두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GV80에 앞서 다른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국에 전격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23일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판매 부진을 놓고 “중국에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등 고급차를 투입하고 자율주행 등 신기술로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네시스의 중국진출을 강조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는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올해 출시되는 SUV 모델을 비롯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중국 상하이에 제네시스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중국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판매법인을 분리함으로써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5월에는 제네시스사업부 산하에 ‘제네시스 모터차이나(GMC·Genesis Motor China)’를 꾸리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법인을 세우고 사무실을 꾸리는 것은 차량 출시를 위한 시작 단계”라면서도 “제네시스의 중국 출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의 8월 판매량은 5만7천여 대로 지난해 8월보다 20% 줄었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승용차시장 판매순위도 크게 떨어졌다. 베이징현대차는 2014년 중국 승용차시장 판매순위 4위까지 올랐다가 2018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