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이 2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물론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정부까지 분리매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분리매각을 고수하기에는 항공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탓이다.
▲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2곳은 물론 저비용항공사 6곳 등 국내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아직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실적이라는 점이다.
'보이콧 재팬'은 7월부터 본격화했다. 한 달 넘게 불매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지면 장거리노선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의 3분기 실적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는 워낙 외부변수에 취약한 탓에 경영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번에 국내 8개 항공사가 모두 이를 증명한 셈이다.
업계는 이번 적자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국내 항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졌고 인수 이후 시너지도 불확실한 데다 인수한 뒤 신규투자를 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분리매각 가능성도 다시 떠오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등 자금력이 풍부한 곳이라 할지라도 항공사 3개를 한꺼번에 인수하기엔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매각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채권단이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매각방식을 기존 일괄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바꿀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타격을 피하거나 피해를 줄일 만한 경쟁력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항공사이긴 하지만 대한항공과 격차가 크고 중장거리노선도 대한항공만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아직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최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 수요보다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의 여객 수요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의 비중이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다.
항공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이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국내 항공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무시하고 기존의 매각방식을 밀어붙이는 건 무리수라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2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구조적 경쟁 심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상반기 우리나라의 항공 이용객은 역대 최고치를 보였지만 항공사들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비슷한 노선에 취항하고 있어 결국 특가항공권 등 '제살 깎아먹기'식의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에어서울은 5월 유류세와 공항세만 내고 항공권 가격은 0원인 특가 항공권을 내놓기도 했다.
일시적 요인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일본의 대체노선으로 떠올랐던 중국 노선마저 일시적으로 막혔다.
중국 정부는 최근 10월10일까지 신규 중국노선 취항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축소를 중국 노선 신규취항으로 만회하려 했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