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대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했다.
엘리엣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모아 표대결에 나서려고 한다. 삼성그룹도 이에 맞서 우호세력 결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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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 주가는 5일 전일 대비 9.50% 오른 7만6100원을 기록했다. 4일 10.32% 오른데 이어 두 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20.8%나 올랐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틀 만에 1500억 원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우호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의결하려면 참석주주의 3분의2, 발행주식의 3분의1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엘리엇이 3분의1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표 대결로 흐를 경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삼성물산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33.08%다. 산술적으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외국인 투자지분을 모두 확보할 경우 합병무산도 가능하다.
한 증권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접촉중”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가 외국인투자자들의 집중매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삼성물산 주식 155만주를 순매수했다. 2003년 11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순매수량이다.
5일에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용하는 매수창구인 NH투자증권에 112만주(약 0.7%) 규모 매수주문이 체결됐다. 이날 전체 거래량의 10분의 1을 넘는 규모로 모든 매수창구를 통틀어 가장 큰 거래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표대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계속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이상 표대결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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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CEO |
삼성그룹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투자자들과 금융계에 발이 넓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이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계열사 금융통 CEO와 CFO들을 동원해 국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최후의 방안으로 삼성물산 자사주 5.75%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안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는 의결권에 포함되지 않으나 외부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올해 초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엔씨소프트가 취했던 방법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에 자사주를 매각하고 우호주를 확보해 경영권을 지켰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의도가 삼성물산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것으로 표대결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폭증한 공매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4일 삼성물산 주식 공매도량은 21만 주로 전일 대비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