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6-21 16: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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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시장 수요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 할부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이런 ‘할부금리 하락’ 흐름을 타 미국에서 판매 회복에 더욱 힘이 실릴 수도 있다.
21일 미국 금융전문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2017년 말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미국 자동차 할부금리가 최근 정체하거나 하락으로 전환했다.
뱅크레이트닷컴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신차 기준 자동차 할부금리는 △36개월 5.24% △48개월 4.68% △60개월 4.74%다. 최근 3주 사이의 최고 금리와 비교해 0.04%포인트씩 낮아졌다.
이런 할부금리의 변화는 중고차시장에서도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4~5월까지만 해도 할부금리는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탓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한데다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할부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자동차 할부금리 변화는 자동차시장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현금구매 비율은 5%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7대 3의 비율로 할부구매와 리스구매로 나뉜다.
할부금리가 추가적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 미국 자동차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낮아진 할부금리와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미국 자동차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오른쪽),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
실제로 5월에 집계된 미국 자동차 연간환산 판매대수(SAAR)은 1740만 대를 보여 시장 기대치인 1690만 대를 상회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판매량을 소폭 웃돌게 된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수요 회복이 가시화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혜를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5월에 미국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판매량을 늘리며 순항했다.
1~5월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690만5544대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대수는 각각 2.3%, 4.7%씩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완성차기업의 판매대수가 평균 3.5%, BMW와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완성차기업의 판매대수가 평균 2.3%,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기업의 판매대수가 평균 3.2%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현대기아차가 판매에서 이득을 본 것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라인업을 강화한 효과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자동차시장 합산 점유율은 5월 기준 8.1%로 지난해 평균 7.2%를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부금리 인하에 따른 자동차 수요 회복은 현대기아차에게 더욱 큰 기회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팰리세이드와 베뉴로 SUV만 2종을 투입하는 데다 신형 쏘나타까지 출시한다. 기아차는 이미 텔루라이드 출시 이후 3달 연속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