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정현호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사업지원TF 조직을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세계 IT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가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상품인 메모리반도체업황 회복이 더욱 늦어지고 있는 데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패널 등 부품도 주로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생산 감축에 따라 수요가 급감하며 악영향을 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사업에 위기가 갈수록 커지면서 전자계열사 사이 협업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같은 새 성장동력을 키워 스마트폰 관련된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등 전장부품 분야 핵심사업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이런 산업 분야에서 계열사들이 힘을 합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 계열사 사이 협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자제품과 부품사업의 실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을 책임지고 계열사 사이 사업 이관, 인사 이동 등을 조율해야 하는 일도 사업지원TF의 몫으로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다른 전자 계열사의 최대 고객사이자 '맏형'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들 사이 긴밀한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부품 거래, 연구개발 기술 공유 등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사업지원TF에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게 됐다.
정현호는 사업지원TF가 검찰수사의 중심에 놓여 대응하는 상황에도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의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무역분쟁 등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사업지원TF 본연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 평가
| ▲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2019년 6월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에 맞춰 역할을 확대한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삼성 비서실과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삼성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관련 재판에도 방청객으로 종종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장, 인사팀장 등 2개의 팀장을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8명의 사장급 임원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로 복귀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1일자로 삼성 미래전략실의 팀장을 대부분 교체하는 강도높은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변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는데 정현호는 이 때 처음으로 인사팀장에 올라 삼성그룹 전반의 인사를 담당했다. 51세에 미래전략실 팀장에 오른 것이 파격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은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지 9일만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올랐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역할을 점차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현호는 2014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현호는 삼성전자에서도 주요 보직을 도맡으며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07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무선사업부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때 정현호가 지원팀장으로 이동해 실무를 담당하며 갤럭시S 시리즈가 처음 시장에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전략사업으로 육성을 지시한 카메라사업을 총괄하는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으로 이동해 삼성전자 디지털카메라의 시장확대를 이끌었다.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조직쇄신과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부터는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큰 그림을 구상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현호가 삼성전자에 복귀할 가능성은 삼성전자가 사장단인사를 발표하기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실시하며 핵심인사가 대거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자연스럽게 정현호가 거명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정현호가 이상훈 사장의 후임으로 경영지원실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사업지원TF장으로 전자 계열사와 사업협력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맡게 됐다.
하지만 사업지원TF가 사실상 오너 일가를 비호하던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의 구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의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계기로 힘을 얻고 있어 정현호의 실제 역할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재연 대법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이 동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하버드 경영대 동문이다. 정현호는 1995년 하버드 경영대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 부회장은 2001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