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에서 중형조선사 회생 세 번째 도전
이병모는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과 건설부문에서 모두 성과를 올려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조선부문에서는 군함 등 특수선의 수주와 건조에 힘을 쏟는다. 먼저 2019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군과 해경의 함정, 정부 관공선 발주 등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과 수빅조선소의 연결관계가 해소되면서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은 특수선사업을 진행하는 영도조선소만이 남아있다.
한진중공업은 2019년 4월 말 기준으로 해군 함정 등 특수선 23척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주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6천억 원에 이른다.
건설부문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동서울터미널 부지 3만7천m
2의 현대화사업에 힘을 쏟는다.
한진중공업은 이 부지를 상업 및 업무시설, 관광 및 문화시설 등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규모는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한진중공업은 인천 북항에 57만 m
2에 이르는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부지의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2019년 5월10일 이사회에서 인천 북항 부지 가운데 10만m
2를 1314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부동산 임대회사 플래티넘에셋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5월29일에도 인천 북항 부지 16만734㎡ 추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페블스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매각금액은 1823억 원으로 앞선 부지 매각대금과 합하면 3천억 원이 넘는 자산을 유동화했다.
| ▲ 2016년 6월2일 이병모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김정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파산3부)와 경남 창원시의 STX조선해양 본사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선임
이병모는 2019년 3월29일 한진중공업의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6년 6월 STX조선해양의 관리인을 사임한 지 3년 만의 현업 복귀다.
애초 업계에서는 이병모가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의 대표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진중공업에는 건설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이윤희 전 대표이사 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두 대표이사가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병모가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병모는 “오랜 세월 조선소 현장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목표로 내실과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병모가 오기 전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의 보증채무 4억1천만 달러가 현실화되면서 2019년 2월13일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수빅조선소가 수주절벽을 넘지 못하고 2019년 1월8일 필리핀 올롱가포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차등 무상감자를 통한 경영 정상화방안을 내놓았다.
채권단은 6800억 원가량의 출자전환을 통해 필리핀 현지은행들과 채무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한진중공업과 수빅조선소의 연결관계를 해소했다.
한진중공업은 무상 차등감자를 통해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중공업 지분 30.98%와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들고 있는 한진중공업 지분 0.5%를 모두 소각하고 다른 특수관계인 주주들의 주식을 5분의 1로 감자했다.
한진중공업은 자본금이 기존 5303억 원에서 727억 원으로 줄어든 대신 자본잠식률을 46.9%로 낮춰 완전자본잠식에서는 벗어났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물길을 터 둔 뒤 이병모를 부른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2월13일 주식거래가 중단됐으나 수빅조선소 연결 해소, 출자전환을 거쳐 5월21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STX조선해양에서도 쉽지 않은 경영 정상화의 길
이병모는 STX조선해양에서도 순탄한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지 못했다.
2015년 6월19일 다국적 선사 욘프레데릭센으로부터 초대형 유조선(VLCC) 6척을 수주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내 수주절벽을 맞이했다.
이병모는 2015년 9월15일 열린 ‘제12회 조선해양의 날’에서 기자들에게 “흑자전환은 2016년까지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2017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해 20억 달러 수준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15억 달러를 조금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지만 STX조선해양이 부도의 위기를 맞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병모는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운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모는 2015년 11월16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2016년 말까지 인력의 30%를 감원하고 회사조직을 30% 축소하며 임직원 급여도 10% 삭감하는 구조조정안을 통보했다. 고강도 자구안을 내세워 2015년 12월 채권단으로부터 450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병모는 STX조선해양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진해조선소와 고성조선소 중심으로 재편해 주력선종을 중형 유조선(탱커)로 전환하는 것으로 경영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수주를 따내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2016년 4월4일부터 일주일동안 영국을 방문해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그룹을 비롯한 거래처들을 직접 만나 발주 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병모는 영국 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013~2014년 저가에 수주한 선박의 인도시점이 다가와 STX조선해양의 경영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2016년 5월25일 채권단은 청산보다 회생에 무게를 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회생절차가 2016년 6월7일 개시됐고 이병모는 관리인으로 남았다.
법원과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또 한 차례의 자구안을 요구했고 STX조선해양 노조는 이에 맞서 2016년 6월15일부터 3일 동안 쟁의행위 돌입에 관한 찬반투표를 벌였다.
조합원 70.8%의 찬성으로 파업안이 가결되자 이병모는 2016년 6월28일 STX조선해양의 관리인을 사임했다.
후임으로 장윤근 STX조선해양 영업담당 전무가 관리인에 선임됐다.
이병모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기간 STX조선해양은 영업손실을 1959억 원, 1987억 원 냈다.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병모는 2015년 5월27일 STX조선해양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STX조선해양은 2012년까지만 해도 수주잔량이 CGT(화물적재량 환산톤수) 기준으로 세계 3위로 집계됐던 주요 조선사였지만 2013년 법정관리를 겪고 2014년 세계 15위 수준의 중형 조선사로 내려앉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2013년 4조5천억 원, 2014년 2월 1조8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STX조선해양의 경영이 개선되지 않자 이병모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이병모는 취임사를 통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대우조선과 대한조선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모든 임직원과 힘을 모아 STX조선해양의 자랑스러운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매출규모, 수익구조, 생산품목을 재점검해 새로운 사업전략 수립 △채권단의 추가적 자금투입 가능성 탈피 △혁신활동 가속화로 사업경쟁력 회복 △인재양성과 기업문화 확립 등 4가지 경영방침을 내놓았다.
△대우조선해양 차기 사장설
이병모는 2015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후임자로 거명됐다.
산업은행은 고 사장의 후임으로 고영열, 박동열, 이병모 등 3명의 부사장과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등 외부인사의 영입을 검토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2015년 3월9일 서울 다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인사의 영입 가능성에 반발했다.
노조는 고 사장의 연임이 아니라면 고영열, 박동열, 이병모 등 3명의 부사장 가운데 한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둘러싼 채권단과 노조의 갈등은 산업은행이 2015년 4월6일 정성립 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일단락됐다.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대표이사 돌려막기’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15년 4월14일 이병모를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 추천하고 2015년 4월17일 한성환 대우조선해양 전무를 대한조선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STX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의 순환 형태로 대표이사 인사가 진행됐다.
△대한조선 대표이사 사장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6월21일 이사회를 열어 2009년부터 워크아웃체제에 돌입한 대한조선을 3년 동안 위탁경영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전무였던 이병모를 대한조선에 대표이사로 파견했다.
이병모는 2011년 7월7일 공식적으로 대한조선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병모는 대한조선이 주력 선종 벌크선의 수주 부진으로 말미암아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데까지 내몰린 것으로 파악하고 취임식에서 일감 확보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경영체계와 업무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경영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대한조선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병모는 “대한조선은 잘 발달된 배후단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 조선산업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대한조선과 관계기관, 지역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대한조선은 분명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조선은 2013년에만 22척의 케이프사이즈급(남아공 케이프타운 남쪽의 희망봉을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형) 벌크선 수주를 따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2억 달러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병모가 직접 선주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점검하고 자료를 검토하며 현장을 지휘하는 리더십을 보여 선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한조선의 선박건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데도 힘썼다.
이병모체제의 대한조선은 2013년 4월 모나코 선박회사 스콜피오로부터 석유제품운반선 4척을 수주했는데 이는 대한조선이 창사 뒤 처음으로 석유제품운반선을 수주한 것이다.
대한조선은 이병모체제에서 2016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해 수주절벽 앞에서 한숨을 돌렸다.
이병모는 2014년 7월 법원이 대한조선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자 관리인으로 남았다. 2015년 4월 대우조선해양이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끝내기로 하면서 대한조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병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대한조선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일감은 확보했지만 수익성까지 개선하지는 못했다.
이 기간 대한조선은 영업손실을 각각 160억 원, 281억 원, 554억 원, 564억 원, 220억 원 냈다. 단 1년도 흑자를 거두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