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대차와 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가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재고자산은 별도기준으로 모두 4조5809억 원이다.
직전 분기인 2018년 말과 비교해 재고자산 규모가 5.5% 늘어난 것인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유한 재고자산이 4조5천억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은 2017년 말 3조9349억 원에서 지난해 2분기까지 증가했다가 3분기에 소폭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판매량이 생산량을 대폭 밑돌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재고자산은 크게 제품(자동차)와 반제품(해외 현지공장에서 직접 조립하기 위해 생산한 자동차 구성품), 원재료, 재공품(현재 가공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물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제품과 반제품 항목이다.
현대차가 보유한 재고자산 가운데 제품 항목의 규모는 1분기 말 기준으로 1조5501억 원이다. 2018년 1분기만 하더라도 제품 재고는 9614억 원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규모가 50% 넘게 급증했다.
기아차의 제품 재고도 지난해 1분기 791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9300억 원까지 증가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 재고는 2조4천억 원이 넘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별도기준 합산매출이 19조 원을 소폭 웃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기 매출의 약 12%를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재고자산의 증가율은 분기 매출의 증가율을 2배 넘게 웃돌았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재고가 자꾸 쌓일수록 완성차기업은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자동차기업은 재고가 늘어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값싸게 차를 판매한다. 꾸준히 출시되는 기존 모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과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 그리고 매해 나오는 연식변경모델 등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인센티브 지출을 통한 재고 소진은 완성차기업이 사업을 계속 이끌어가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인센티브 지출 증가는 필연적으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3천만 원짜리 차를 팔 때 영업이익 150만 원(영업이익률 5%)을 낸다고 가정하면 인센티브를 50만 원만 추가로 제공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3.3%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사업 사례를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재고량이 3년 연속 줄었던 2009~2011년에는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계속 늘었지만 재고가 증가세를 보였던 2013~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판매 부진에 따라 재고를 밀어내는데 실패하면서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봤다.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 목표로 ‘수익성 향상’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관리가 향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된 현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월 ‘CEO 인베스터 데이’라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사장은 당시 △글로벌 점유율 확대 △원가구조와 경영 효율성 개선 △제품믹스 개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전략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아차도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자료 등을 통해 2022년까지 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