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시장의 상황이 단기간에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낸드플래시업황은 점차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낸드플래시 생산투자를 확대해 실적 반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최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반면 D램 평균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심각한 공급과잉과 재고 증가로 침체기를 겪던 낸드플래시업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는 점에서 반도체업황 전망에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메모리반도체 대표 상품인 D램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아 급격한 가격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수요가 반등하면서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서버업체 등 반도체 주요 고객사가 더 이상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동안 미루고 있던 낸드플래시 재고 축적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계속 이어진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 반도체사업에서 연간으로 사상 최고실적을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이 지난해 3분기까지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의 영향을 만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D램업황이 낸드플래시와 달리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기업들의 D램 공급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D램 수요 증가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어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의 가격 탄력성이 D램과 비교해 높은 만큼 그동안 이어진 가격 하락이 고객사의 수요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은 주로 데이터의 임시 저장과 연산에,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에 쓰인다는 기술적 차이도 낸드플래시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고화질 사진와 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이나 서버업체가 D램 탑재량을 늘리는 것보다 낸드플래시 탑재량을 늘려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어 연구원은 2017년 이후 D램 수요가 약 4년 동안 연간 수요 증가율이 20% 안팎에 그치는 저성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낸드플래시의 연간 수요 증가율은 30~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제품.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변화에 맞춰 당분간 D램 생산투자를 자제하는 반면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D램사업에서 실적을 반등하기 어렵다면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에 맞춰 출하량을 늘리는 것이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낸드플래시 수요 반등을 대비해 시설투자를 늘리면서 생산 능력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중국 시안공장에,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반도체공장에 시설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 연구원은 "최근의 가파른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채용량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평균가격도 점차 안정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