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가운데)이 2019년 1월21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행복나눔기금 전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이석희는 175조 원에 이르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앞두고 효과적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갖춰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에 마련되는 새 반도체 공장단지에 2022년 이후부터 모두 120조 원을 투자해 4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발표를 2019년 2월 내놓았다. 120조 투자와 별도로 충북 청주에 새 반도체공장을 위한 35조 원의 투자, 이천에 건설중인 공장에 들이는 20조 원의 투자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반도체공장 건설에만 175조 원을 들이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이 2017년 연간 10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 수준의 투자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자칫하면 가동비 부담과 반도체 재고 증가로 이어져 실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도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한 뒤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재고가 늘고 공장 가동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석희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기술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해 공장 증설의 효과를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18년까지 2년 연속으로 이어졌던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마감되며 2019년~2020년 반도체업황이 큰 침체기를 보일 수 있다는 증권사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희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업황 악화에도 SK하이닉스의 실적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고객사를 늘리고 생산 원가도 절감해 수익성을 지켜내야 한다.
◆ 평가
|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2014년 9월1일 SK하이닉스 채용설명회 '청춘브런치'에서 강연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통계적 분석을 반도체사업에 접목하는 등 꼼꼼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과감한 사업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전자 시절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반도체소자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며 인정받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던 당시 반도체 산화막 파괴와 안정성에 관한 연구에 주력했는데 quasi-breakdown(준파손)으로 불리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며 이를 설명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을 계기로 반도체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모리스 창 TSMC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대형 반도체기업의 수장이 모두 스탠퍼드대학 출신이다.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기술관련논문이 이석희가 발견한 quasi-breakdown을 인용해 작성됐다.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재직시절에도 DNA구조를 활용한 반도체 회로를 개발해 미세공정 개발에 기여하는 등 꾸준한 연구성과를 냈으며 현재도 학계에서 이름난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2000년 인텔에 처음 입사할 당시 전공과 관련이 적은 공정오류 분석업무를 맡았는데 능력을 빠르게 인정받으며 연구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 수상하며 핵심인재로 평가받았다. 이 상은 해마다 단 한 명에게만 준다.
인텔에서 시스템반도체인 CMOS 생산라인의 공정오류를 잡고 개선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후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해 성과를 인정받으며 경험을 쌓았다. 인텔에서 인정받은 공정기술 개발과 수율 개선능력이 SK하이닉스의 빠른 미세공정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재직하던 이석희를 영입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하며 “SK하이닉스의 선행기술을 이끌 초대 미래기술연구원장의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2016년 말 황창규 KT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에 이어 한국인으로 세번째 반도체 분야 최고권위학회 IEDM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꾸준히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고 학회에 초청받으며 연구자로도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연말인사에서 이석희의 사장 승진을 놓고 “경쟁환경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장환경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석희는 처음 반도체 분야에 뛰어든 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영향이 컸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진대제 전 장관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부 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감명을 받아 그를 롤모델로 삼고 반도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공학한림원은 공학과 산업기술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고 학술연구와 산업기술 연구개발 등에 공헌한 사람을 선별해 일반회원으로 받는다.
2019년에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되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 됐다.
미국 인텔에서 오랜 기간 일한 영향으로 SK하이닉스 임직원과 반도체에 관련해 이야기할 때 영어를 많이 섞어 쓴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