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월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논의를 시작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본계약 체결을 코 앞에 뒀다.
12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3월 초 본계약이 체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19년 만에 산업은행 품을 떠나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지난해 10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처리방안을 놓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황이 불투명했던 만큼 현대중공업은 당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업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대우조선해양도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논란이 불거질 걸 알면서도 이번 방안을 밀어붙였다.
특혜시비 가능성이 있음에도 현대중공업만 상대로 협상을 진행했고 헐값매각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공적자금을 나중에 회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크고 작은 논란에 연연하다보면 자칫 매각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 최대 1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입된 만큼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협상했다고 해서 특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협상을 시작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철저한 보안도 눈에 띈다. 무려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거래를 놓고 3~4개월 동안 협상이 진행됐지만 아무 말도 새어 나가지 않았다.
미리 외부에 알려지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주가는 물론 삼성중공업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은 인수설이 처음 불거진 다음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승인했고 바로 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도 열어 인수를 공식화했다.
당시 기자간담회 직전까지 관계자 외에는 이 사실을 알 수 없도록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동반부실에 빠질 것”이라며 “인수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경쟁국의 견제 역시 걸림돌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회사가 속한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