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기업공개 추진
2019년 하반기를 잠정적 목표시기로 정하고 교보생명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1980년대부터 기업공개를 검토해왔지만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자본을 늘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2018년 9월 기준 292%로 안정적 수준이지만 새 제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조~5조 원 규모의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공개 주관사는 국내증권사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와 해외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 5곳이 맡고 있다.
구체적 상장시기와 증자 규모는 시장상황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세부내용 등에 맞춰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신창재에게 풋옵션을 행사한 점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신창재 및 특수관계인은 교보생명 지분 39.45%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분 24%를 소유하고 있다.
신창재는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에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을 기업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1조2천억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다.
그런데 2018년 10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창재에게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을 통보했다.
이 풋옵션은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신창재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이자를 더해 다시 매입한다는 내용으로 신창재가 이 풋옵션을 받아들이려면 1조~2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12월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지만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9년 1월까지 여전히 풋옵션을 철회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생명보험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쉽지 않은 만큼 상장 여부와 풋옵션을 분리해서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어피니티컨소시엄도 신창재 개인이 1조~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창재와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에 교보생명 기업공개 방식 및 풋옵션 철회 등을 놓고 물밑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6년 1월8일 충청남도 천안시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린 '비전2020 출발대회'에서 새로운 비전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교보생명>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
신창재는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늘리고 채권계정을 재조정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년 7월 생보업계 처음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2016년 말까지 6년 초반에서 7년 안팎으로 늘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투자자산의 잔존만기를 1년 더 늘리면 연간 수천억 원의 운용자산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과감한 결정은 신창재가 오너경영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당장 눈앞의 순이익을 포기하면서 장기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17년 7월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규모를 늘렸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지녀 '하이브리드증권'이라고도 불린다. 2022년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에서도 자본으로 인정된다.
교보생명이 2016년과 2017년에 2년 연속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1평가를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A1등급은 무디스 21개 등급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삼성전자, 골드만삭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신창재는 2017년 말 29조 원 규모의 만기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지급여력비율도 한차례 끌어올렸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255.6%였는데 계정 재분류를 통해 40%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교보생명은 우선 만기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바꿔 채권 운용의 유연성을 높인 다음 잔존만기를 충족하는 장기채권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상승기에 나타날 수 있는 채권 평가손실을 감수하고 중장기적으로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선제 대응인 셈이다.
2019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 기업공개 역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및 신지급여력비율제도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다.
△블록체인 기술 적용
신창재는 보험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인슈어테크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2018년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교보생명 및 우정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국 7개 병원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병원비 수납내역 등 기존의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납정보 등이 자동으로 교환되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와 심사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교보생명은 2019년에 전국 20개 병원으로 적용범위를 넓힌 뒤 안정화 단계를 거쳐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보생명은 2017년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활성화 기반 조성’의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뒤 2019년부터 질환 예측 서비스인 ‘평생튼튼라이프’도 시범운영하고 있다.
건강검진 정보를 토대로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의 3년 내 발병률을 알려주고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신창재는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해야 한다”며 “가입·유지·지급에 이르는 모든 보험 과정에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차별된 고객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전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 내실 다지기
교보생명은 2019년 1월 온라인전문보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350억 원을 출자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의 자회사로서 2013년에 세워진 국내 첫 인터넷 전문 생명보험사다. 보험가입부터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절차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교보생명과 일본 생명보험사인 ‘라이프플래닛’이 합작해 세웠는데 2018년 3월 교보생명이 라이프플래닛이 보유한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8.08%를 81억6천만 원에 사들여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2013년 세워진 뒤 매년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점차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는 만큼 더욱 내실을 다져 흑자 전환을 노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연간 적자폭을 살펴보면 2013년 50억 원, 2014년 167억 원, 2015년 222억 원, 2016년 175억 원, 2017년 187억 원 등이다.
출범한 뒤 5년 안에 흑자를 내겠다는 신창재의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2018년에 사이버마케팅(CM)채널 초회보험료가 1년 전보다 30%가량 늘어나고 수입보험료가 2017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정상화 궤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2018년 3분기 기준 271.77%로 같은 해 2분기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연이은 인수합병 무산
신창재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진출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다 2016년 5월 ING생명 인수에 너무 낮은 가격을 적어내 고배를 마셨다.
ING생명 측은 지분 100%를 3조 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하겠다고 결정했으나 교보생명은 2조 원 이상의 가격은 비싸다고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 2위로 발돋움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밖에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업 진출도 시도했지만 연이어 무산됐다.
신창재는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2014년 6월23일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을 지분 30% 이상과 이하로 나누는 ‘투트랙’ 방식을 확정하면서 신창재는 본격적으로 우리은행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신창재는 회장 취임 이후 여러 번 은행을 사들이려고 시도했다. 7월 방한한 프랑스 앙리 드 카스트리 AXA그룹 회장과 면담하면서 자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입찰 마감 직전 지분인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5년 9월 KT와 우리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도 참여할 움직임을 보였지만 KB와 지분을 놓고 합의하지 못해 발을 빼기도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T 및 인터넷 마케팅 등이 어우러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뛰어난 교보생명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며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을 강화하는 등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순이익 총자산 경영목표 달성 실패
신창재는 2009년 교보생명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2015년 순이익 1조 원, 총자산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00년에 외환위기 여파로 적자를 보고 있던 교보생명을 수익성 높은 생명보험사로 탈바꿈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순이익 규모와 자산규모를 불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교보생명은 2015년 순이익 6441억 원을 거둬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면서 생명보험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자산 목표는 3년이 지난 2018년 3분기에 달성했다. 순이익 1조 원 달성은 2018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생명보험업계 유일한 오너 경영인
신창재는 2017년 3월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총까지다.
당초 신 회장은 자살보험금 논란으로 재선임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모든 건을 지급하면서 대표이사 제재가 주의적경고로 완화돼 연임이 이뤄졌다.
신창재는 오너로서 2000년 5월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뒤 17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신창재는 두 아들이 있지만 나이가 어린 데다 교보생명 지분도 들고 있지 않은 만큼 경영권 승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아들 신중하씨는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해 대리로 일하고 있고 둘째 아들 신중현씨는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다.
신창재는 아들들의 경영능력을 확인한 뒤 경영권을 넘겨줄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4년 4월1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열린 ‘횡보 염상섭의 상(像)’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보생명 문화활동
신창재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설립이념을 지닌 도서기업 교보문고를 운영하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위한 정부의 ‘문화훈장’을 받은 기업인이다.
신창재는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에 올라 대산문학상과 대산창작기금 등 문학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출판·번역·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번역된 작품만 520편, 해외에서 출판된 작품은 310편이다.
교보생명은 1991년부터 광화문 글판을 통해 27년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희망의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운영하며 독서문화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 글판 운영 20주년과 25주년인 2010년과 2015년에 각각 역대 글귀를 엮은 기념집을 펴내고 매년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이 기념집은 2019년 1월까지 5만7천여 권이 팔렸으며 기부된 금액은 6200만 원가량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2014년 5월 교보생명 직원들을 상대로 14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신창재가 회장으로 취임한 2000년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체 4700명 직원 가운데 15%인 700명 안팎의 인력이 줄었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매년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약 50명 규모의 희망퇴직만 받았다. 보험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재무구조가 튼튼한 교보생명도 불황의 영향을 받자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봤다.
△교보생명 입사
1996년 당시 암투병을 하던 선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가 가업을 이으라고 권유해 교보생명에 입사했다.
1996년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00년 5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2000년 당시는 교보생명이 적자 2540억 원과 자산손실 2조4000억 원에 이르는 등 말 그대로 파산 직전이었다.
신창재는 위기를 정면돌파 하기 위해 대대적 경영혁신에 착수해 잘못된 영업관행을 뜯어고치고 수익이 나지않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