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가속화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실시한 2019년도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에서 확실한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2월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기존 현대차 부회장 가운데 연구개발본부 소속인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대차 사장으로만 8년 가까이 일한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정몽구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대거 퇴진하거나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
정의선 시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존 부회장단보다 참모조직의 경험과 노하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의선의 경영보폭이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의선은 이미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수차례 수시 임원인사를 실시해 세대교체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1월16일 중국사업본부 인사를 실시했는데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을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설 고문은 20여 년 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일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 토대를 다진 인물로 꼽힌다. 중국 정부를 설득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설립 허가를 받아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정의선이 설 고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을 놓고 현대차그룹의 ‘
정의선 시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실시한 북미와 인도, 러시아 권역본부 본부장 교체인사에서도 기존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 ▲ 2018년 11월28일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 LA 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8인승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Palisade)'와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플루언서 메디슨 피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디자인담당 부사장. <현대자동차> |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출시
현대차는 2018년 11월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오토쇼’에서 플래그십(기함) 대형SUV ‘팰리세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출시에 많은 공을 들인 차량이다.
정의선이 11월27일 서울에서 열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 출시 행사를 제쳐놓고 미국으로 향했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팰리세이드 초기 홍보를 위해 글로벌 팬덤이 강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팰리세이드 홍보대사로 선정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로워수가 많은 유명인까지 팰리세이드 홍보에 투입하는 전략을 펼쳤다.
미국에서 SUV시장 수요 증가에 뒤늦게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대내외적 지적에 따라 초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선은 LA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팰리세이드 출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나온 것 같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팰리세이드 출시로 미국 법인의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좀 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차는 LA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를 공개함과 동시에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계약을 실시했는데 사전계약 시기에 2만 대가 넘는 차가 계약돼 흥행 청신호를 켰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11일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를 공식적으로 출시했다.
△주가 부양 의지
현대차는 2018년 12월3일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모두 2547억 원을 들여 보통주 213만6681주, 우선주 63만2707주를 사들이겠다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2018년 11월30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주가 안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2018년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한 뒤 현대차 주가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는 등 부진하자 주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차가 향후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매입을 진행한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다.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거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2018년 10월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5월 말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는데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차그룹에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위아의 추가 합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2018년 11월22일에는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추진이 공식화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의 개인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된 회사다.
정의선이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19.46%)을 모두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하면 2천억 원 안팎의 현금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다면
정의선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응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미국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선택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는데
정의선은 청와대의 방북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미국 사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위기에 처하면서
정의선이 다급하게 미국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수출하는 80만 대가량의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정의선은 2018년 9월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만나 수입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산 차량 수입 사안에서 많은 양보를 한 만큼 미국 정부도 한국에 호혜적 조치를 내려달라고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등 미국에서만 공장 두 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미국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룹 경영권 ‘사실상’ 승계
정의선은 2018년 9월14일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3세 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정의선의 대외적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의선은 2017년에 1월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17 방문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시작으로 추석연휴가 있던 10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 이상 해외출장을 떠났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도 챙겼다.
국내에서는 9월 제네시스 G70 출시를 기념한 콘서트 무대에 직접 올라 1만여 명의 고객들과 소통했다. 호프미팅과 한국시리즈 1차전 관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빈만찬, 중국 충칭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 등 대외 보폭도 넓혔다.
정의선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 경영을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외부기업과 협력 강화
정의선은 과거 내부 연구개발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그룹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며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7년 말부터 1년 동안 협업하기로 한 회사를 살펴보면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고 있다.
정의선이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의선은 2018년 초부터 현대차그룹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년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글로벌모빌리티서밋’에 참석해서도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현대차그룹을 단순 자동차 조립기업에서 탈피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망 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전략을 펴지만 현대차는 단순히 지분에만 투자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통 큰’ 베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호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차 관련 기술 확보에 오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8년 11월에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무공해 사회 구현과 지속가능 성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수소에너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수소전기차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
△고성능 N브랜드 확대
정의선은 고성능차 브랜드 N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9월 첫 번째 N브랜드 모델인 i30N을 유럽에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6월 두 번째 모델 벨로스터N을 국내에 출시했다. i30N은 1년 동안 3771대가 판매돼 연간 목표치 2800대를 넘어섰고 벨로스터N도 다섯 달 동안 연간 목표 판매량 300대의 3배를 넘는 1천 대 이상이 판매됐다.
정의선은 2018년 1월 CES에서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 차량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고성능차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i30N과 벨로스터N의 판매가 순항하면서 현대차는 N브랜드 확대에 자신감을 얻었다.
2018년 4분기에 미국에서 벨로스터N을 출시했고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벨로스터N을 선보이며 중국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코나와 투싼 등 SUV에 N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친환경차까지 N브랜드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현대차그룹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면서 고성능차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비어만 사장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하던 임원 출신으로 2014년 말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정의선은 2014년 고성능차 개발 전담부서를 만들고 비어만 사장을 영입하는 등 고성능차 개발계획을 재가동했다.
현대차는 2003년 철수한 월드랠리챔피언십에도 2014년부터 복귀했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머쥐었고 2018년 월드투어링카컵에서 종합 우승하는 등 모터스포츠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고성능차 N브랜드는
정의선의 작품으로 꼽혔던 PYL브랜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PYL은 현대자동차가 개성있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자동차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정의선은 PYL브랜드를 내걸고 i30와 함께 i40, 벨로스터 등의 차량을 선보였지만 PYL브랜드 차량이 국내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PYL브랜드는 사실상 해체됐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2015년 11월4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출시 행사에서 브랜드 발표와 현대차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 제시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은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 3가지였다.
친환경 이동성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4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14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운전자가 사고 등 위험 없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연결된 이동성은 차량 등 이동수단이 운전자의 주거환경, 근무환경 등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차량에 원격으로 접속해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현대차는 국산차 최초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 지 3년 만에 글로벌 판매 20만 대를 달성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20만6882대의 제네시스 모델이 판매됐다. 대형 세단인 G80이 12만7283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초대형 세단 G90이 5만2417대, 스포츠 세단 G70이 2만7182대 팔렸다.
G70은 미국 모터트렌드 2019년 1월호에서 2019 올해의차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그동안 BMW 3시리즈의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토요타와 닛산, 혼다와 GM이 실패한 것을 제네시스가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자동차업계 흐름에 발맞춰 2019년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을 선보인다. 2020년에는 소형 럭셔리 SUV GV70과 소형 럭셔리 스포츠쿠페를 출시해 모두 6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015년 11월 세계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가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차 디자인철학 ‘플루이딕스컬프처’
200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Y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으로 ‘플루이딕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제안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현대차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YF쏘나타는 해외에서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보수적 국내 고객들에게는 외면받았다.
2013년 제네시스DH와 2014년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을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발전시켰다. LF쏘나타는 YF쏘나타보다 곡선 디자인이 줄어들면서 정제된 느낌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에는 해외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LF쏘나타를 ‘특징이 없고(bland)’ ‘지루하다(boring)’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현대차가 보수적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일부러 YF쏘나타보다 무난하고 각진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봤다.
2014년 아슬란, 2015년 더 뉴 i30에도 플루이딕스컬프처2.0을 반영했지만 두 차량 모두 좋은 판매실적을 내지 못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이후 점차 자취를 감췄다.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고안해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 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에 “(
정의선은) 매우 열려있고 긍정적”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