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의 상장 '3수' 가능성이 떠오른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유가 하락과 경제위기 등의 영향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게 되자 2012년 공모를 철회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상장계획을 미룰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8월 예비심사를 통과해 규정상 2019년 2월 안에 상장을 마쳐야 하는데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가 3개월 동안 진행돼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계획 철회는 결코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상장계획 철회는 포기한다는 뜻”이라며 “상장에 알맞은 시기를 고심하고 있을 뿐 상장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오일뱅크가 적어도 내년 2월로 정해진 시한 안에는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2년에 이어 다시 공모를 철회하고 3수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초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추진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은 8월 지주사체제로 개편을 마쳤고 9월 하이투자증권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금산분리 문제도 해결해 완전한 지주사체제를 갖췄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조3621억 원이었던 별도기준 부채 총계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2조5751억 원까지 늘었지만 현대중공업지주의 별도기준 자본총계가 5조6716억 원임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높은 편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무리해서 추진하기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상장 예비심사 과정부터 다시 밟아 상장을 준비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하려면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에 나서는 절차가 남아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에서 공모까지 통상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현대오일뱅크가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세의 영향으로 재고평가손실을 입기 전의 좋은 실적으로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황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모에 참여하기를 꺼려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19일 코스피지수는 2078.84로 장을 마감했는데 연초에 2500선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빠졌다. 현대오일뱅크가 예비심사를 통과했던 8월 말의 2300선과 비교해도 10%가량 낮아졌다.
올해 연간 보고서를 기반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빨리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내년 2월 안에 맞추기는 쉽지 않아 시한을 넘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하게 되면 공모가가 2조~3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역대 공모가 2위에 올라 있는 넷마블의 2조6617억 원을 제칠 가능성도 있는 매머드급 상장이다. 상장이 끝나면 기업가치가 8조~1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일은 구주매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과 직결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8월 예비심사를 통과해 10월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자회사로 파악해 실적의 100%를 연결실적에 반영한 점이 증권선물위원회의 표적이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을 관계회사로 다시 정의해 지분법이익에 따라 실적의 60%만을 반영한 보고서를 재공시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상장 추진을 계속할 수 있는 수준의 경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3개월의 시간이 소요돼 현대오일뱅크는 11월29일에야 상장 절차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