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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돈 재단 이사장은 총장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 주치의를 지냈다. |
“하늘을 넘어(Over the Sky).” 2001년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내놓은 슬로건이다. 서울대(S) 고려대(K) 연세대(Y)를 뛰어넘자는 뜻이 담겨있다. 당시 재학생이나 졸업생 가운데 일부는 이런 슬로건을 부끄러워했지만, 다른 한 쪽은 삼성의 1등 DNA가 이식된 만큼 당연한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슬로건대로 이제 성균관대는 곳곳에서 1등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통계에서 성균관대는 지난해 9.3%로 2년 연속 취업률 1위를 했다.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6년 연속 1위를 했고,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서도 전국 1위를 차지해 5년 동안 25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삼성은 늘 1등을 강조하는 기업이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에서 “1등을 반드시 따라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재단법인 산하에 있는 성균관대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은 1996년 성균관대를 인수했다. 인수 의향은 5년 동안 재단 없이 떠돌던 성균관대가 먼저 타진했다고 한다. 삼성의료원에서 일할 의료진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했던 삼성과 의예과 신설을 앞둔 성균관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삼성그룹은 성균관대를 품고 한해 평균 1천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1등을 향한 성균관대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과 성균관대는 우선 총장 직선제 폐지에 합의했다. 대신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결정했다. 삼성은 그룹 비서실장과 삼성소비자문화원장을 성균관대학 이사로 파견했다. 2003년 이 회장의 주치의 출신인 서정돈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됐을 때 이 회장의 ‘신경영 전도사’로 알려진 당시 고인수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상임이사로 보냈다. 현재도 성균관대 이사와 감사 5명 중 2명이 삼성 쪽 인사다.
삼성 인수 당시 성균관대의 대학 서열은 신입생 입학 성적으로 볼 때 10위권 안팎으로 평가받았다. 삼성 인수 이후 성균관대는 특성화 학과를 정해 지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대표적 학과가 삼성의 강점인 IT분야에 특화된 학과인데 2006년 개설된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반도체학과)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산학협력을 표방한 반도체학과의 교수진 절반은 삼성전자 출신의 박사급 전문가다. 입학생들은 기숙사 우선 배정과 인턴십 지원비 600만 원도 받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취업 100% 보장’이다. 졸업생 중 희망자는 누구든 인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취직할 수 있다. 2007학년도 대입 수시 1학기 전형에서 경쟁률 6.4대1을 기록했던 이 학과는 2013년도 수시 일반전형에서 30명 모집에 1063명이 지원해 35.43대1까지 경쟁률이 뛰어올랐다.
같은해 대학원에 개설된 휴대폰학과도 마찬가지다. 입학 절차가 삼성전자 입사 과정과 유사해 입학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일단 입학하면 학비와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삼성전자에 취업한다. 박사 과정을 선택해도 삼성의 지원 아래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 첫 졸업자가 나온 2009년 29명 가운데 박사 진학을 선택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삼성전자에 취직했다.
2011년 신설된 소프트웨어학과도 졸업생은 삼성 취업이 보장된다. 소프트웨어 연구 전문 인력 육성에 초점을 맞춘 특성화 학과다. 신입생은 모두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교수와 1대1 멘토링을 맺는다. 덕분에 2013년 정시 전형에서 4.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8년 개설된 글로벌경영학과는 삼성 글로벌 인재 육성 정책을 빼닮았다. 기본적으로 반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외국 대학과 복수학위 제도도 운영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성균관대 인문계 입학 성적 최고 커트라인을 기록 중이다. 2012년 정시모집 때 최초합격자 36명이 모두 언어․수학․외국어 영역 만점을 기록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2009년 생긴 글로벌경제학과는 글로벌경영학과와 유사하다. 학과 설립 목적에 따라 두 개의 전문 심화 트랙으로 교육과정을 나눠놓았다. ‘아카데믹 트랙’을 선택한 학생은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 양성에 맞춰진 교육을 받고 ‘프로페셔널 트랙’으로 갈 경우 기업법무 전문 변호사 등 경제와 융․복합된 전문 인재 양성 과정을 밟게 된다.
2011년 자유전공학부가 폐지된 뒤 생긴 글로벌리더학부는 사회 지도자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둔다. 학부 때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이나 고위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할 수 있다. ‘법무 트랙’과 ‘정책학 트랙’ 중 하나를 골라 교육과정을 밟는데 법무 트랙의 경우 졸업한 뒤 로스쿨 진학을 권장하며 정책학 트랙은 재학 중에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전략 학과들은 성균관대가 곳곳에서 1위를 하는 데 수훈을 세웠다. 하지만 소수만 특혜를 받는다는 ‘차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기존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를 그대로 둔 채로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경제학과를 설치한 것은 1등과 1등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삼성식 인재양성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는 특정 학생에게 편중된 장학금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된다. 2009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성균관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4%로 148개 사립대 평균인 48.3%에 한참 못 미친다. 2009년 기준 최근 5년간 등록금 인상률도 25.7%로 평균인 22.2%를 웃돈다. 그 이유로 입시 성적 우수자만 받는 삼성장학금 등 특정 학생들에게 편중된 장학금 구조가 꼽힌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대학 경영 참여가 대학의 질적인 균형 발전 측면에서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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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성균관대로부터 일방적 강의 취소 통보를 받은 류승완 박사의 강의권 박탈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같은해 9월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류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삼성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의 주요 인사들의 동태를 파악하듯이 성균관대 주요 교수들의 동향을 주시해 사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00년 4월 성균관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대학 재단 소속 총괄지원팀과 법인사무국이 교수 100여 명을 정기적으로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그 증거로 공개한 문건 가운데 ‘문제 교수 현황’은 삼성이 노조를 설립을 막기 위해 주요 인사 동태를 파악했던 문건과 유사했다. “급진 성향의 대표적 사학자로 각종 대정부 비난 활동 활발(인문대 서모 교수)” 등 해당 교수의 이름 학과 나이를 명시하고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과 학내 권력관계 관련 정보를 자세히 기재했다. 같은해 6월 성균관대는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나선 재학생 21명에게 출교와 제적이 포함된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학생들은 “학교 측 사찰 문건을 폭로한 데 대한 보복조치”라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강사였던 류승완 박사는 2011년 8월 이미 배정된 2학기 ‘동양사상입문’ 강의 취소 통보를 받았다. 류 박사는 “학과장에게서 학교 당국이 자신의 강사노조 활동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 강의배정 철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류 박사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안 좋게 나와 강의배정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류 박사는 그뒤 718일간 1인 시위를 벌인 끝에 지난해 7월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됐다. 그러나 성균관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같은해 9월 임용계약이 해지됐다. 그는 학교 측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 1월 삼성이 ‘총장 추천제’라는 새로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내놓으면서 당시 성균관대에 서울대보다 많은 인원을 배정한 점도 사실상 삼성식 대학 서열화를 통해 성균관대를 1위로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삼성 측은 산학협력 중인 대학에 필요한 인재가 더 많기 때문에 성균관대에 더 인원을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성균관대는 삼성의 총장 추천제 논란과 관련해 “이전에도 삼성에 취업하는 졸업생이 수백 명이라 이번 할당제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2013년 대학 평가에서 이미 종합대학 1위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1위 자체도 논란이 많다. 일단 평가 주체가 삼성과 밀접한 중앙일보다. 또 당시 평가를 놓고 서울대는 “해외 평가에 주력하기 때문에 중앙일보 대학 평가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그렇다. 서울대는 영국 대학평가기관 QS와 더타임스에서 시행한 평가에서 여전히 국내 대학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