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대표이사 사임과 함께 회사를 완전히 떠났다.
'구원투수'로 영입돼 경영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판단을 내려 용퇴한 것이라고 금호타이어는 설명하지만 최대주주인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와 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게 된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7일 “김 전 회장이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미리 알려왔다”며 “이사회가 김 전 회장의 뜻을 받아들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4분기에 일곱 분기 연속 적자를 끊어내고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이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새 출발을 선언한 지 4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퇴진한 것을 놓고 뜻밖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회장은 7월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마무리한 뒤 8월에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과 함께 금호타이어의 새 출발 각오를 다지는 ‘비전 선포식’을 열어 경영진으로서 회사 정상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회장은 흔히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1~2년가량 맡게 되는 자문이나 고문 역할도 맡지 않았다. 말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것이다.
김 전 회장만 물러난 것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자마자 중국사업 강화를 위해 서둘러 영입한 조재석 중국본부장 부사장도 함께 회사를 떠났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김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으로 워크아웃 졸업을 이끌 당시 인사와 경영기획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더블스타와 경영진의 갈등이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사임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금호타이어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더블스타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사이에 인사 문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그에 앞서 일부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하자 김 전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김 전 회장께서 자문과 고문 역할을 맡지 않은 것은 과거 이미 한 번 거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며 조 전 부사장의 사임도 김 전 회장과 같은 이유로 알고 있다”며 “더블스타와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며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블스타 측이 금호타이어에 새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모습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전대진 생산기술본부장 부사장이 당분간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는데 외부인사를 새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중국본부장은 이미 외부에서 수혈됐다.
금호타이어는 7일자로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과거 금호타이어에서 영업기획담당, KTT법인장, 마케팅·물류담당 상무 등을 지내다가 2013년에 퇴직한 조장수 전무를 중국본부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기존 임원 전무급 3명, 상무급 5명은 자리를 떠나 자문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가 이뤄진 셈이다.
김 전 회장은 7일 사임사를 통해 “지난 1년여 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아직 회사가 완벽하게 정상화하지 못해 어렵긴 하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10월에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전격적으로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이 2009년부터 2012년 1월까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유로 꼽혔다.
타이어업계에서 전문성을 지녔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1976년 옛 금호그룹 산하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뒤 싱가포르와 중동, 뉴욕 등의 판매 일선에서 일하다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일했다.
금호타이어 사장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2년 동안 금호타이어 고문으로, 2014년부터 1016년 1월까지 자문을 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