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법원으로부터 목사 위임결의 무효 판결을 받으며 교회 안의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담임목사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교인 일부와 함께 따로 교회를 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사랑의교회는 오정현 목사의 위임이 무효라는 취지의 고등법원 판결 뒤 대법원 상고를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7부(부장 권순형)는 5일 사랑의교회 교인 등 원고 9명이 오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동서울노회를 상대로 낸 담임목사 위임결의 무효확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뒤 사랑의교회는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했고 대법원이 유지해온 판례와도 배치돼 유감스럽다”며 “대법원 상고심 절차가 남아있고 헌법 위반에 관해 다툴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상고를 한 뒤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소송을 할 의지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 사건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에서 오 목사의 위임이 무효라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6일 “이번 사랑의교회 관련 판결은 이미 대법원에서 위임결의 무효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나온 고등법원 판결”이라며 “상고하더라도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면 뒤집힐 수는 있다”라며 “하지만 재판이 대법원까지 갔던 것이라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교회 안의 분열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사랑의교회는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오 목사 사임을 주장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었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이번 법원 판결 뒤 갱신위원회 측은 오 목사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갱신위원회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오 목사는 사랑의교회의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만약 오 목사가 직무정지가 된 뒤에도 설교를 하거나 교회 일에 간섭하면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현재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이 많기 때문에 교회의 권력이 오 목사를 반대하는 측에 넘어가는 상황에서 교회가 분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일부 대형 교회 안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인들이 나뉘어 다른 교회를 세우는 사례가 있었다.

오 목사는 2003년 8월 사랑의교회 초대 담임목사인 고 옥한흠 목사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2013년 오 목사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일부 교인들이 오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동서울노회 목사고시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목사 자격과 관련한 논란도 불거졌다.

재판의 쟁점은 오 목사가 신학대학원에 어떤 형태로 편입하는 지 여부였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일반편입을 했다면 노회 고시까지 합격해야 목사가 될 수 있다. 반면 다른 교단의 목사 자격으로 편입하는 편목편입을 했으면 강도사 고시에만 합격하면 된다.

1,2심 재판부는 오 목사가 편목편입 과정을 거쳐 강도사 고시를 합격했다고 보고 오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오 목사의 편입을 편목편입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