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 에너지분야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이 ‘본업’인 정유 업황의 개선 기대감을 타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SK온의 사업 안착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전망이다.
SK온은 올해 리밸런싱(사업 재편)과 사장 중도 교체 등 격변기를 맞은 SK이노베이션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SK그룹이 올해 변화기를 이끈 장용호 총괄사장과 추형욱 사장의 ‘투톱’에 힘을 실은 만큼 SK이노베이션은 다가올 새해에도 재무안정을 위한 리밸런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변화에 갈 길이 남은 것으로도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다가올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를 언급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SK온 중심의 2차전지 사업을 꼽는다.
다만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서도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만큼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배터리 주요 공급처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부진도 이어져 배터리 사업 기준으로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 흐름을 지속해서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SK온의 부진에 따라 재무 부담이 무거워졌다. SK이노베이션은 결국 지난 19일에는 배터리 사업이 캐즘에 따른 부진으로 2021년 제시한 중장기 전략방향 및 투자계획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결국 리밸런싱으로 SK온 안착에 힘을 실었고 지난해에는 수익을 내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 올해는 SK엔무브를 SK온에 합병했다.
많은 자원이 투입된 만큼 SK이노베이션의 'SK온 구하기' 전략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 살리기에 치중해 다른 알짜 사업부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온은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악화 주범이었지만 구조조정은커녕 윤활유와 E&S 등 알짜사업들만 희생됐고 이는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다만 포드와의 합작법인 종결을 통해 드디어 SK온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바라봤다.
장용호 총괄사장과 추형욱 사장은 결국 2026년에도 SK온을 중심으로 하는 리밸런싱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설비 감축에도 속도가 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본업 정유업황의 전망이 전반적으로 2026년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종 특성상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또한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흐름이 고착화되면 정제마진 상승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SK온의 반등이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발표한 SK온과 포드 합작법인 청산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는 “SK온과 포드와 합작법인 청산에 따른 외형 축소는 부정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손익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재무부담이 높은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추가 재무개선방안과 영업현급창출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