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12-2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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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hc의 국내 실적이 정체된 가운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치킨 프랜차이즈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이 튀김용 기름의 가맹점 공급 가격을 인상했다. 매출 외형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원가 부담까지 늘어나자 가맹점에만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bhc는 지난 18일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용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을 30일 출고분부터 20% 올린다고 밝혔다. 15㎏당 기존 7만5천 원에서 9만 원으로 1만5천 원 인상하는 것이다.
bhc치킨은 2021년 10월 약 10%, 12월 약 11% 인상하는 등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두 달만에 21%나 인상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22년 7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기존 8만2500원에서 13만2750원으로 약 61% 인상해 비용을 가맹점에게만 떠넘긴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이후 국제 해바라기유 원가 및 운송비 하락, 환율 안정으로 인한 원가 부담 완화로 7차례에 걸쳐 가격을 낮춰 2024년 6월 7만5천 원까지 인하한 뒤 유지했다.
bhc 관계자는 “올해 해바라기유 국제 시세가 지난해보다 30%가량 오른 데다 환율도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라며 “실질적으로 35~40% 수준까지 오르게 돼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해바라기유뿐만 아니라 브라질 조류독감 발생에 따른 닭고기 가격 상승분 등 올해만 원가 상승분 약 130억 원 정도를 본사가 부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사가 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상생 묘안을 찾기보다는 해바라기유 국제 가격 오르내림에 따라 일방적으로 가맹점에게만 비용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는 bhc 가맹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필수거래로 묶여 있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사한 다른 해바라기유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없고, 반드시 본사로부터 공급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한 bbc 가맹점주는 “CJ제일제당에서 파는 고올레산 해발라기유를 할인점에서 구매해서 사용하면 가맹점 해약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며 “본사에서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튀김유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도록 강요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bhc는 치킨의 주원재료인 육계의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가격을 인상해 점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0일 육계 납품가격이 2023년 대비 평균 7.7% 하락했지만 bhc를 비롯한 치킨업체들이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 bhc가 해바라기유 가맹점 공급가를 20% 인상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bhc의 매장수 감소 및 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997개 매장에서 이듬해 2278개로 늘어났던 국내 매장은 2024년 2230개, 2025년 7월 기준 2198개로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매장 수 감소의 원인으로 bhc의 높은 계약 해지율, 가맹점 간 경쟁 심화, 그리고 전체 치킨 시장 성장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원가 압박이 커지며 bhc의 실적도 정체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5075억 원에서 2023년 5356억 원, 2024년 5127억 원으로 횡보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2022년 1418억 원에서 2023년 1203억 원, 2024년 1338억 원으로 줄었다.
bhc뿐 아니라 국내 치킨 사업 전반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전국 치킨 전문점 수는 2020년 4만2743개에서 점차 감소해 2023년 3만9789개로 약 7% 줄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최대주주로 두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실적 정체가 곤혹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다이닝브랜즈그룹이 MBK파트너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모두 5802억 원으로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의 84.9% 수준이었다.
MBK파트너스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2018년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를 설립해 2018년 1482억 원, 2020년 5700억 원 등 모두 7282억 원을 투입했다. MBK파트너스가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지분 45%를 갖고 글로벌고메이시스가 다이닝브랜즈그룹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bhc가 선택한 돌파구는 해외 진출인 것으로 풀이된다. bhc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전 세계 8개국에 매장 38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홍콩에 첫 해외 매장을 낸 뒤 영토를 넓혔다.
국내 치킨업계 관계자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bhc는 해외 진출을 타계책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매출과 이윤을 포기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치킨 시장은 이미 출점 경쟁이 끝난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주요 치킨 브랜드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