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요즘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데 LG생활건강에 빼앗긴 화장품업계 1위도 되찾아야 한다.
서 회장은 최근 사옥을 옮기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는데 앞 길이 순탄하지는 않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을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나온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18 아모레퍼시픽 정기주총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서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 권고를 했다. 서 회장이 미르와 K스포츠 출연증서에 날인한 장본인인 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도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진영 연세대 의과대학 특임교수를 두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아모레퍼시픽 자문용역을 맡으면서 매월 500만 원가량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회사나 경영진과 연결고리가 없는 인사가 선임되는 것이 원칙이다. 유착관계가 있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도 서 회장과 연세대 동문인 신동엽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비슷한 문제가 또 불거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진영 교수 역시 연세대에 몸을 담고 있다.
2016년 선임된 이옥섭 사외이사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 부사장 등을 지낸 ‘아모레맨’이다. 2년 전 국민연금뿐 아니라 국부펀드(NBIM),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6개 기관이 반대를 했지만 선임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문제된 안건들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아모레퍼시픽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인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무릅쓰고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2월 말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 등 7개 계열사를 상대로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
기업집단국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만든 대기업 전담부서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과도 비견되는 만큼 이번 조사가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 경영권 승계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짐작하고 있다.
서 회장으로서는 안그래도 사드 충격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서 회장은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199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대표에 올랐다. ‘문어발식’ 경영을 버리고 뷰티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20년 동안 매출은 10배, 영업이익은 21배로 키워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이 급락하면서 3년 만에 LG생활건강에 1위를 내줬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부문 매출이 성장한 것과 비교되면서 서 회장으로서는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고 할 수 있다.
서 회장이 자존심을 회복할 핵심은 해외사업이다. 그동안은 가만히 있어도 중국인들 덕분에 급성장을 했지만 사드를 계기로 불안정성이 확인된 만큼 중국만으로는 예전처럼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서 회장도 "원대한 기업을 향한 여정을 가속화 하겠다"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마몽드가 미국 화장품전문점 얼타에 입점한 데 이어 라네즈도 호주 세포라에 입점했다. 헤라는 4월 싱가포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이유를 알지못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매출은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1분기 성적도 녹록지는 않아보여 아직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