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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리는 한미 원전동맹, ‘팀 코리아’ 대등한 역할과 지분 확보 관건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6-09 16: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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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리는 한미 원전동맹, ‘팀 코리아’ 대등한 역할과 지분 확보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5월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미국이 원전 수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미 원전 협력은 수주 건수를 늘리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등한 협력을 통해 우리 쪽 실속을 챙기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프래그먼 사장 등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은 9일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만나 한국과 미국의 원전수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한전 측이 전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유력 원자력발전 기업이다.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은 지난 8일 한국을 방문해 같은 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오는 1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현재 운영 중인 신고리 3, 4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도 직접 방문한다.

이번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의 방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해 한국과 미국의 원전 수출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10기 수출’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등 원전수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한국은 원전수출을 위해 관계 기업들이 ‘팀 코리아’를 꾸려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전은 중동, 한수원이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사업을 주도하는 체제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된 지금의 체제를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국가적 사업으로 힘을 줄 태세다.

세계 원전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소수의 국가들만 참여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 사이 협력이 제대로 성사된다면 한국의 원전수출은 큰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 개발에서도 러시아,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도 한국과 협력하면 얻을 것이 많아 보인다.

원전 수주 경쟁에서 경쟁자 수를 줄이는 효과에 더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에 설립된 뒤 세계 최초로 상업용 가압 경수로형 원전을 개발했고 현재까지 210기에 이르는 원전을 개발하는 등 세계 절반 이상의 원전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대표적 원전기업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40여 년 동안 신규 원전의 개발을 중단하면서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에 파산보호 신청에 이를 정도로 경영난을 겪었고 오랜 정체기 속에서 원전건설 경험 등 노하우를 상당 부분 잃었다.

반면 한국은 원천기술 측면에서는 열세이지만 여러 차례 원전 수주를 통해 원전의 건설 및 운영 측면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다.

한국과 미국 모두 원전동맹 결성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관건은 각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지분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한국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원천기술을 근거로 한국형 경수로 APR1400 노형과 관련해 지적재산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긴장 관계에 있는 상대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업계 일각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과 협력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원자로 설계 등을 맡으며 주도권을 쥐고 한국에는 단순 시공, 자재 납품 등의 역할만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웨스팅하우스의 하청업체가 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원전 10기 수주’라는 눈에 보이는 목표 달성에 급급해 지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형태로 동맹 아닌 동맹을 맺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동맹의 주도권을 향한 두 나라 사이 경쟁은 이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8일에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함께 서명한 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측이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공동선언문 서명은 보류되고 사장 사이 면담만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 관계자는 정승일 사장과 프래그먼 사장의 9일 면담을 놓고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원전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사이의 이번 만남으로 양측의 실질적 협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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