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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꺼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통합, 이동걸 소신과 경솔 사이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  2019-09-18 16: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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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소신있다.

산업은행 회장에 오른 뒤 2년 동안 역대 회장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둘 해결한 배경에는 크고 작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다.

이 회장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신과 원칙을 내세워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신은 평소 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으로도 유명하다. 소신발언 역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침없는 발언을 놓고 ‘자리에 연연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 수장이 무색무취한 말만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신 발언과 경솔한 발언은 너무 가깝다.

이 회장이 2년 동안 여러 차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도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통합을 정부에 건의해볼 생각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개인의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인 만큼 아무리 개인의견이라고 해도 충분히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취임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낙하산인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점에서 ‘건의’한다는 어휘 선택도 적절하지 못했다.

발언의 수위가 높았다. “수출입은행 본점 건물이 원래 우리 땅이니 찾아와야겠다”고도 했다.

발언의 시기도 신중하지 못했다. 하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고 금융위원장에 취임한 다음날이었다. 맞받아칠 수장도 없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동걸 회장은 (두 기관의)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을 감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 역시 소신발언으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하다. 정책금융기관이 나눠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이 회장의 지적 역시 공감할 부분이 많다. 비슷한 이유로 정책금융기관 통합론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올랐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산업은행 실무진은 물론 이해관계자인 수출입은행, 주무부처 등과 아무런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 문제는 오히려 더욱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은성수 위원장은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라며 “더 이상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잘못되면서 논의할 만한 주제가 ‘어불성설’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이동걸 회장이 말 때문에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는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겨냥해 “임시 관리자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떠나는 사람을 향한 배려와 예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대상선을 놓고는 “쌀독에 든 쥐”라고 표현했으며 지난해 국감에서는 여러 회사를 놓고 “애초에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는 거친 말을 쏟아내 경영 정상화에 힘쓰는 여러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산업은행 회장은 무거운 자리이고 그 말 역시 무거울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회장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기자들 앞에서의 말 한마디를 위해 며칠을 숙고해 어휘를 고르고 가다듬는 사람도 있다. 

산업은행 공보실(홍보실)은 이 회장이 ‘깜짝’ 기자간담회나 공식 기자간담회를 연 뒤 자리를 떠나고 나면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 회장의 발언 가운데 이 부분은 빼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다. 이른바 뒷수습이다.

이 회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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