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에 뛰어든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터넷TV(IPTV)의 공세에 인수합병(M&A)으로 맞서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반면 오히려 매각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시각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실사를 시작하면서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CJ헬로는 그동안 인수합병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주로 언급돼왔다. 2016년 CJ그룹은 CJ헬로를 SK텔레콤에 매각하려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올해 초에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이 나기도 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CJ헬로는 매각 대상으로만 여겨지며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CJ헬로가 수동적 매각물이 아닌 능동적 인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케이블TV 경쟁력이 강화되고 시너지도 낼 수 있다.
CJ헬로는 최근 몇 년 동안 IPTV의 공세에 밀려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이 13.1%에서 19.64%로 올라가며 1위인 KT를 바짝 뒤쫓을 수 있게 된다.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가 확대되면 협상력을 강화해 콘텐츠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늘어난 가입자를 바탕으로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J헬로는 예전부터 케이블TV 사업자 가운데 인수합병에 가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업이었다. CJ헬로는 2017년 12월 공정위로부터 하나방송 인수를 조건부(2년 동안 요금인상 불가)로 승인받기도 했다.
현재 CJ헬로의 실사 수준은 딜라이브의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 검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실사에 이어 인수협상까지 진행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CJ헬로가 딜라이브 지분 전량 인수가 아닌 지분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매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빠른 청산을 원하는 딜라이브는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CJ헬로가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며 "다른 인수 희망자들의 참여 등 구체적 진행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CJ헬로가 딜리이브를 인수합병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KT와 같은 통신사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과 결합할인 경쟁력을 내세운다면 가입자 규모가 늘리는 것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가 가입자가 유입돼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가 하락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언급되고 있는 딜라이브 인수가격인 1조3천억~1조4천억 원에서는 인수합병 협상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CJ헬로의 부채비율은 95%, 순차입금은 6500억 원으로 이 가격에 딜라이브를 인수하기에는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추진이 CJ헬로의 몸값 올리기 전략일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검토는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되는 일이다. CJ헬로와 딜라이브 모두 다른 통신사들과 매각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모두 케이블TV 사업자 1위인 CJ헬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CJ헬로가 유료방송사업에서 통신사의 공세에 맞설 무기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결국에는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