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 투자배급사 빅4의 성적표가 윤곽을 나타냈다.
매출 순서로 따지면 CJE&M, 쇼박스,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순이지만 실속을 따지면 쇼박스가 가장 돋보인다.
반면 CJE&M은 ‘올해 되는 영화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사업에서 부진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CJE&M은 매출과 관객 수 모두에서 국내 투자배급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10월까지 매출 2438억 원, 관객 수 3082만 명을 동원했다.
11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1월에 판도를 뒤집을 만한 흥행영화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CJE&M이 매출과 관객 수에서 1위를 지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속을 따져보면 CJE&M이 가장 장사를 못했다. CJ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은 주요 한국영화가 대부분 흥행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CJE&M은 올해 초 선보인 ‘공조’가 흥행에 성공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공조를 제외한 대부분 영화가 부진했다. ‘리얼’과 ‘군함도’는 영화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낳으며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고 ‘남한산성’과 ‘침묵’은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CJE&M 영화부문은 올해 1~3분기 모두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CJE&M에서 방송과 음악부문이 선전하면서 CJE&M 내부에서 영화사업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JE&M는 올해 마지막 남은 대작영화 ‘1987’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개봉일이 27일인 만큼 올해 성적표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87은 1987년 민주화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배우 김윤석씨, 하정우씨, 유해진씨가 출연했다. 총제작비 145억 원(순제작비 11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이 400만 명이다.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에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상반기에 이렇다 할 흥행영화가 없었는데 하반기에 ‘택시운전사’와 ‘꾼’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다.
택시운전사는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모았고 현재 상영하고 있는 영화 꾼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꾼은 7일 기준으로 관객 330만 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 180만 명도 가뿐히 넘어섰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매출과 관객 수 면에서 CJE&M, 쇼박스에 이어 3위지만 실속을 챙겼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선보인 한국영화는 ‘해빙’과 ‘보안관’, ‘청년경찰’. ‘7호실’인데 이 가운데 7호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해빙의 제작비는 2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20만 명이다. 보안관과 청년경찰의 제작비는 각각 75억 원, 45억 원이다. 세 영화 모두 상업영화치고는 제작비 규모가 작은 편이라 큰 기대를 받지 않았지만 제몫을 톡톡히 했다. 다만 7호실이 관객 34만6천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점은 다소 뼈아프다.
7호실은 배우 신하균씨와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씨가 출연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마지막 영화로 ‘신과 함께’를 20일 내놓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간 대작보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춘 영화를 주로 선보였는데 신과함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300억 원대로 알려졌으며 하정우씨와 차태현씨, 이정재씨와 주지훈씨가 출연한다.
지난해 부산행으로 홈런을 쳤던 NEW는 올해 가장 부진했다. 1~10월까지 매출 793억 원, 관객 954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4개 투자배급사 가운데 마지막 순위를 차지했다.
NEW는 벌써부터 내년 라인업을 공개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14일 ‘강철비’를 시작으로 내년에 ‘독전’, ‘목격자’, ‘안시성’, ‘염력’, ‘창궐’, ‘허스토리’, ‘스윙키즈’, ‘바람바람바람’ 등을 선보인다.
강철비는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내 권력서열 1위가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정우성씨와 곽도원씨가 출연한다. 제작비는 모두 157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