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기자 ssul20@businesspost.co.kr2017-09-01 16: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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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특히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위생용품을 만드는 깨끗한나라 같은 기업에게는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릴리안 생리대 논란으로 고객과 신뢰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최병민 회장은 깨끗한나라가 경영악화에서 벗어난 뒤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는데 이번 사태로 그동안 경영개선에 들였던 공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미흡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깨끗한 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일고도 일주일이나 지난 8월28일에서야 환불조치를 시작해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낮은 환불가격과 불편한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정상 소매가격의 절반 정도에 환불을 해주고 있으며 환불할 제품은 반드시 박스로 포장한 후 택배기사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안 생리대와 인체 유해성의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환불이나 리콜조치를 취하는 것이 회사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측의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좀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더라면 사태가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릴리안 생리대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기저귀, 화장품, 물티슈 같은 깨끗한나라의 다른 제품들에 까지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생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안전성 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데 미흡한 대처로 기업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최 회장은 200억 원을 들여 충북 음성에 생리대 등 패드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는데 판매가 따라주지 않으면 투자비를 날리고 유지비만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최 회장은 회사의 경영권을 다시 찾고 실적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찰나에 릴리안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동안 쏟은 경영정상화 노력이 물거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안전성 논란이 인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최 회장은 1980년 깨끗한나라의 전신인 대한펄프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종합제지회사로 키웠지만 투자실패, 금융위기 여파, 주력제품의 공급과잉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경영상태가 악화하자 2009년 범LG가에 속해있는 희성전자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 처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백기사로 나서 깨끗한나라 살리기에 힘을 보탠 것이다.
희성전자의 경영개선 노력에 힘입어 깨끗한나라는 2010년 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매년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깨끗한나라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면서 2014년 7월 지분을 다시 사들여 경영권을 되찾았고 2015년 대표이사에 다시 올랐다. 그 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반토막났으나 이듬해인 2016년에는 4배 넘게 늘어나는 등 성과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