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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협력한 중국 조선사 급성장, 한국 조선업 미국 투자도 중국 전철 밟나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5-09-25 1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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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협력한 중국 조선사 급성장, 한국 조선업 미국 투자도 중국 전철 밟나
▲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헝리그룹 조선소. <헝리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석유화학 그룹의 조선업 경쟁력이 이례적으로 급성장한 배경에 한국의 옛 조선소 인수와 인력 유출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 등 한국 업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 기조를 기회 삼아 현지 진출에 적극적인데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광둥송파세라믹스’는 8월 말 조선업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1~6월 매출이 기존에 공개했던 수치보다 14배나 증가했다. 

원래 광둥송파세라믹스는 중국 석유화학 업체인 헝리그룹에서 그릇과 다기를 판매하던 자회사였다. 

그런데 헝리그룹은 2022년 7월 조선업 자회사로 설립했던 ‘헝리중공업’이 자금 부족에 처하자 광둥송파세라믹스를 통해 헝리중공업을 우회 상장하겠다고 지난해 10월12일 발표했다. 광둥송파세라믹스가 상하이 거래소에 이미 상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후 광둥송파세라믹스는 올해 5월17일 헝리중공업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에 광둥송파세라믹스는 간판과 달리 조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헝리그룹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최근 조선업 급성장으로 사세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헝리중공업은 설립 3년 만에 중국 조선업계 6위로 뛰어올랐다”며 “스위스 해운기업 MSC로부터 발주를 포함해 해외 선주가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헝리가 조선업에서 성장한 주요 이유로 닛케이아시아는 한국을 지목했다. 헝리그룹이 과거 한국 STX그룹에서 운영하던 다롄 조선소를 인수해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 STX그룹은 2006년 다롄 조선소를 설립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10년 넘게 방치돼 있다가 헝리에 2022년 7월 인수됐다. 

이후 헝리는 한국 삼성중공업에 기술 협력을 요청해 2024년 4월 첫 번째 선박을 인도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당시 삼성중공업 임원도 인수식에 참석했다. 

광둥송파세라믹스가 올해 1~6월 신규 채용한 개발과 설계 기술자 100명 가운데 22명이 한국인이라는 집계 결과도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헝리그룹이 한국 조선사가 중국에 남겨둔 유산과 현재 기술 인력을 흡수해서 석유화학 기업임에도 조선업까지 수월하게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삼성중공업과 협력한 중국 조선사 급성장, 한국 조선업 미국 투자도 중국 전철 밟나
▲ '마스가' 모자를 쓴 한화오션 관계자들이 8월26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성장에 필요한 인력과 자산을 한국에서 조달한 헝리그룹은 상장으로 자금 조달력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에 잠재적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 조선사는 미국과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업으로 중국 조선사를 추격하는 입장인데 인재와 자산을 중국에 넘겨준 꼴이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은 지난해 톤수 기준 세계 신규 발주의 57% 점유하며 사실상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발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해 잠시 주춤하지만 중국 조선이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1위를 굳힐 공산이 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7일자 기사를 통해 “한국 조선사의 미국 투자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산업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 문제는 삼성중공업과 HD현대, 한화오션의 대미 투자가 중국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조선업은 시설이 낡았고 기술력도 떨어져 투자 성과를 언제 거둘지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소를 짓고 기술을 축적하는 작업은 자본 집약적이라 쉽게 발을 빼기도 어렵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동력이 약해질 경우 한국 조선사의 투자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김명헌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겸 대한조선학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마스가는 물론 기회이지만 한국 조선업에 어떻게 이득이 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중국 헝리그룹이 한국 조선업 자산과 인력을 흡수한 전례를 미국이 되풀이해 삼성중공업과 HD현대, 한화오션은 새로운 경쟁 상대를 만들어주는 데 그칠 수도 있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선박은 10월14일부터 미국 항구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해 해운사가 비중국 업체에 발주를 맡길 수 있다”며 글로벌 조선 시장에 변수가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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