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KHI 회장(앞줄 가운데)이 2024년 6월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당시 금융권은 K-조선 수출 확대를 위해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확대하기로 했고, 신한은행이 대한조선에 1호 RG를 발급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투자회사인 KHI의 최대주주(100%)인 김광호 회장은 과거 인수합병(M&A)으로 수천억 원대 자산가가 된 인물이다.
그는 두산그룹에서 일하다가 IT기업인 웨스텍코리아를 설립해 자금을 모았고, 2000년대 이후 M&A에 뛰어들어 모나리자, 쌍용C&B, 엘칸토 등을 인수한 후 매각해 차익을 남겼다.
그런 김광호 회장이 2020년대 들어서는 조선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김 회장은 2021년 케이조선(당시 STX조선해양)을, 2022년에는 대한조선을 각각 인수했다.
하지만 현재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의 운명은 엇갈리고 있다. 김 회장이 케이조선은 정리하고 대한조선을 키우는 방향으로 조선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23년 케이조선의 경영권을 공동 대주주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넘겼고, 유암코는 자신과 KHI가 보유한 지분 각 49.79%, 총 99.58%에 대한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주요 회계법인에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대한조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대한조선은 2025년 8월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2025년 9월11일 기준 대한조선 시가총액은 3조3595억 원, 주가는 8만7400원에 달했다.
◆ 김광호와 유암코가 대한조선 선택한 이유
우선 대한조선은 2022년 인수 이후 꾸준히 실적이 좋아졌다. 2022년 6937억 원이던 매출액(연결기준)은 2023년 8164억 원, 2024년 1조753억 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이 기간 23억 원에서 359억 원을 거쳐 1581억 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케이조선은 영업적자와 흑자를 오가면서 실적이 오르락내리락했다. 2021년 적자였다가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23년에는 다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케이조선은 신규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제품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과 중형 컨테이너운반선 시장을 중국이 70% 이상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HD현대미포와도 포트폴리오가 겹친다.
반면 대한조선은 아프라막스급·수에즈막스급 탱커와 LR2 정유운반선, 셔틀탱커, 8000TEU급 컨테이너선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고 일정 수준의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소의 수주에 필수적인 RG(선수금환급보증) 발행에서도 케이조선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 내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보증서를 말한다.
이 때문에 KHI는 두 회사 동시 경영을 통한 시너지보다 집중투자의 효율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경영과 재무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케이조선은 포기하고 대한조선에 집중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만 케이조선 매각 추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KHI보다는 유암코 쪽이 훨씬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KHI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애초에 KHI는 전략적투자자(SI), 유암코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는데 회사 경영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유암코가 엑시트에 더 적극적이었다”면서 “그 쪽 의견을 존중해 SI, FI 위치를 서로 바꿨고,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은 어떤 회사?
케이조선은 1967년 부산 영도에서 동양조선공업으로 시작됐다. 2000년 STX가 인수해 STX조선해양으로 출범했으나 2013년 워크아웃,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21년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2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때 KHI와 유암코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선샤인홀딩스가 각 47.73%의 지분을 갖게 됐다. 현재 KHI와 케이선샤인홀딩스는 케이조선 지분 49.79%씩 도합 99.58%를 들고 있다.
하지만 케이조선은 주력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케이조선의 주력인 PC탱커와 중형 컨테이너선 건조 기술에서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다고 보고 있다.
김광호 회장은 2023년 케이조선에 1100억 원을 지원했지만 회사의 어려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조선은 1987년 여수시에 설립된 신영조선공업이 전신이다. 1997년 대주그룹에 인수됐다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5년 산업은행에 넘어갔다가 2022년 KHI와 한국토지신탁,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당시 대한조선 매입금액 2천억 원 중 KHI는 700억 원을 부담했다. 현재 KHI는 대한조선 지분 46.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HI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7.70%를 들고 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