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들어설 TSMC 팹(Fab) 20. 2023년경 건설 현황이다. <다신건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아직 양산에 돌입하지 않은 2나노미터(㎚, 1나노는 10억 분의 1)급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TSMC는 직원 9명을 징계 또는 해고했으며 이들은 대만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등검찰청의 수사 대상이 됐다.
5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TSMC 정보보안 부서는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무단 정보 유출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약 9명의 직원이 2나노 공정 관련 핵심 자료를 부적절하게 취득하거나 외부로 유출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3명은 스마트폰으로 대량의 자료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돼 즉시 해고됐다. 신주시 바오산에 위치한 팹(Fab) 20에서 2나노 시범 생산에 관여하던 인력이다.
나머지 6명은 연구개발(R&D) 센터 소속으로 2나노 관련 정보를 일부 제공한 정황이 있으나 직접 유출 증거는 없어 기존 부서에서 전보 조치했다.
문제의 정보는 한 외국계 장비업체 소속의 엔지니어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엔지니어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들었다.
TSMC는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관련 인력을 엄정 조치했고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TSMC의 정보 유출을 다룬 기사에 대만 고등검찰청 입장을 인용해 “이 사건은 2022년 국가안보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은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하고 무단으로 유출하면 엄중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대만은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5%에 이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6% 정도다.
TSMC는 올해 하반기 2나노 공정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 바오산공장과 가오슝공장에서 동시에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3나노 공정이다. 2나노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일본의 라피더스 등 몇 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합보를 통해 “2나노 공정은 기술 난이도와 비용이 매우 높아 자료 유출은 기업뿐 아니라 대만 전체의 기술 주도권과 국가 안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