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5-27 15: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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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의 벤처 투자 허용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같은 취지의 공약을 내놨다. 대선 뒤 400조 원이 넘는 퇴직연금의 벤처투자가 이뤄진다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을 공약하면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호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공약 누리집을 보면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과 '연기금 투자풀의 벤처투자 확대'가 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을 약속한 바 있다.
이 후보의 구상은 벤처투자 시장 규모를 40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11조9천억 원 수준이다.
이 후보가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을 공약에 담은 배경은 잠재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만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벤처육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의 벤처투자가 허용된다면 대규모 자금이 벤처기업들에 투자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말 기준으로 431조7천억 원에 달한다.
실제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 공약은 이 후보의 정책공약 가운데 ‘경제 성장’ 분야에 포함돼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위원회(산자위)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개최한 ‘창업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한 벤처투자 활성화 과제’ 토론회에서 국내 벤처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지난 17일 경제정책 발표에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해 성장잠재력이 큰 벤처기업에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벤처투자 확대는 벤처 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주요 단체들이 모인 '혁신단체협의회'는 지난 15일 민주당에 제21대 대선 벤처정책 제안의 일환으로 '공적 연기금 벤처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퇴직연금의 운용은 정부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의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다만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 자산이라는 특성상 무엇보다 ‘원금보장’과 ‘안정적 운용’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며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 최근 5년간 벤처투자 규모 현황. <중소벤처기업부>
이런 점을 고려해 현행 퇴직급여법 시행령은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예·적금, 보험, 상장사 지분증권(주식)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는 '퇴직급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운용방법에 벤처펀드 출자 유형을 신설할 것을 요구해 왔다.
반면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적립금 운용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벤처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4년 5월16일 발표한 퇴직연금의 최근 5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2.35%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기준으로는 2.07%로 더 낮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 수익률(6.86%)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정책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문제인식 아래 지난 4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금형 제도는 개인에게 자산운용을 맡기는 현행 방식 대신 국민연금처럼 가입자 적립금을 모두 모아(Pooling) 기금화하고 전문 자산운용기구가 분산투자하는 방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다면 현행 계약형에서 다수의 퇴직연금 자산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안 의원에 따르면 2024년 53만 명이 퇴직연금을 수령했지만 이 가운데 90%가 퇴직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태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연금가입률 저조(53%)와 일시금 수령 선호(90%)로 이어져 퇴직연금이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