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도 이어져온 금융위원회 체제가 바뀔까?
야권에서 금융위원회를 쪼개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 최운열, 금융위 감독기능과 정책기능 분리 주장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이 8일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고 금융당국 체계를 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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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 의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문제, 가계부채 등 많은 경제 문제들이 금융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라며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바람직한 감독체계는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홍범 경상대학교 교수는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불량 지배구조로 금융정책, 경기정책, 정치적 관점이 감독정책보다 우선하는 문제가 있다”며 “감독당국은 감독만 관장하고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 같은 여타 정부부처로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국제금융을, 금융위원회가 국내금융을 각각 담당하는 것은 금융세계화 시대의 퇴행적 기관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와 금융위에서 따로 떼어내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최 의원은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해 감독기능을 전담하도록 하고 정책기능은 따로 한데 모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부를 신설해 국내와 국제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몰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부 신설 대신 국내 금융정책기능을 기재부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금융당국체계 개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최 의원은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 출신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증권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을 지낸 금융전문가로서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의 선봉에 서 있기도 하다.
최 의원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발탁해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을 이끌었고 김 전 대표 정책캠프인 경제민주화포럼 등에 참여하고 있어 내년 치러질 대선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의 주장에 더욱 주목된다.
최 의원은 6월 금융위원회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 금융감독 체계는 기형적”이라며 “금융위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하고 있어 감독정책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개편 논의 반갑지 않은 금융위
금융당국체계 개편에 대해 금융위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감독권한을 금감원에 넘기고 금융부로 통합되는 방안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 의원의 개편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임 위원장은 “논리적 근거는 있지만 산업정책과 감독정책 기능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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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반면 금융감독원은 감독기능이 강화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금융위와 금감원의 반응에 다소 온도 차이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 내에서도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개편 논의가 이루어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11월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설치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과 금융감독 권한 이관 등 체계개편 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기능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기능을 통합하여 설립됐다. 1998년 출범한 금감위가 10년 만에 금융위로 개편된 뒤 다시 10년 동안 금융당국을 이끌어 온 셈이다.
당초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을 한 기구에서 맡는 대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겸임을 금지해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도록 했으나 감독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3년부터 수출입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해 왔으나 2011년부터 4년간 종합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수은법상 수출입은행에 대한 감독권한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로 이원화돼 있어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