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투자자들은 2023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를 하고, 투자금에 대해 3.5%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만약 이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11번가는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투자금에 대한 이자율이 연리 8%나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부 투자자는 2018년 기업공개 불발에 대비해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도 미리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가 불발에 그치면 투자자들은 대주주인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의 80%까지 제3자에게 팔 수 있게 된다. 자칫 SK스퀘어가 11번가를 잃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실제 11번가는 지난 2022년 8월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며 기업공개 작업을 진행해 왔다.
11번가는 2023년 5월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장 심사 승인과 상장까지 4~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5월 안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한다.
△직매입거래 강화로 매출 규모 키워
하형일은 기존의 ‘오픈마켓’을 넘어 ‘직매입거래‘ 강화에 나섰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매출 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직매입거래란 유통업자가 직접 물건을 매입하거나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매출 규모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일반 상품의 경우 수수료(제품 가격의 10~15%)만 매출로 잡히지만 직매입거래는 상품 전체 가격이 매출로 잡힌다. 다만 물건을 보관할 물류창고 신설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1번가는 2022년 인천과 대전 지역 물류센터를 추가 확보하며 직매입거래를 강화했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이천물류센터 등을 철수하며 직매입거래를 축소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실제 직매입거래 강화 이후 11번가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함께 커졌다.
11번가는 2022년 매출 7890억 원을 거둬 2021년 5614억 원과 비교해 41% 늘었다.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2022년 영업손실은 1414억 원으로 2021년 694억 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11번가는 "2022년 ‘슈팅배송’ 등 신규 비즈니스 론칭 및 준비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슈팅배송 도입, 창사 이래 최고 분기 매출
하형일이 대표이사가 된 이후 11번가는 ‘슈팅배송’을 도입했다.
슈팅배송은 2022년 6월 도입된 11번가의 특별 배송 서비스로, 이 서비스 이용자는 평일 자정 전 상품을 구매했을 때 다음 날 곧바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11번가 슈팅배송에서 매일 새 상품을 할인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일리 특가’ 혜택도 볼 수 있다. 11번가 상품기획자가 추천하는 상품 브랜드 및 카테고리별 인기 상품 등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11번가는 슈팅배송 서비스 시행으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11번가는 2022년 3분기 매출이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성장한 189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1번가 독립법인 출범 후 가장 높은 분기 매출액이다.
슈팅배송 서비스 시행 이후 월 평균 이용자 수는 46%, 1인당 구매금액은 166% 증가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과 협업 이끌어
하형일이 11번가와 애플, 아마존, 유튜브, 구글의 협업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하형일은 SK텔레콤 근무 당시 ‘글로벌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11번가는 2023년 2월 ‘구글 제품 브랜드관’을 열었다. 이용자들은 11번가 구글관에서 구글의 다양한 기기들을 한 데 찾아 구매할 수 있다. 11번가는 구글 제품 브랜드관 오픈을 기념해 특별 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11번가는 2022년 6월 애플 정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애플 브랜드관‘을 열었다. 11번가의 애플 브랜드관을 통해 구매한 제품은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통해 A/S가 가능하다.
11번가는 매달 애플 브랜드데이, 신제품 사전예약 행사 등을 통해 애플 선호 고객들을 위한 특별 행사를 열었다.
이와 별도로 11번가는 2022년 10월 유튜브와 쇼핑 파트너십을 맺었다. 11번가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일부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통해 이 부분 매출 향상을 기대했다.
하형일은 11번가 대표이사가 되기 이전 2020년부터 11번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11번가의 ‘아마존글로벌스토어’ 론칭을 주도했다.
11번가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수백만 개의 상품을 아마존글로벌스토어에 추가했다. 또 아마존의 상품을 한국으로 배송하는 기간도 기존 영업일 기준 평균 6~10일에서 4~8일로 단축시켰다.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 추진 눈앞에 둬
11번가는 이커머스 사업자 가운데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았다.
11번가는 2022년 7월7일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사업의 본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마이데이터 사업의 예비허가를 받은 이후 약 6개월 만에 본허가를 받은 것이다.
11번가는 고객 약 4700만 명을 대상으로 △소비지출 관리 △금융혜택 추천 △쇼핑 추천 등 쇼핑과 금융을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축적된 고객 구매데이터와 인사이트(통찰력)를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11번가 대표이사로 선임
하형일은 2022년 3월 11번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1번가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2023년 성공적 기업공개를 이끌 인사로 낙점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형일은 맥쿼리 출신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맥쿼리는 인수합병, 사업개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전문 자산운용사다.
11번가는 하형일의 대표이사 내정을 두고 “신규사업 전략 전문가인 하형일 대표이사의 선임으로 글로벌 사업자 제휴를 포함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증대하겠다”며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형일은 2018년 맥쿼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SK텔레콤에 영입됐다.
하형일은 SK텔레콤에서 2018년 ADT캡스 인수, 2020년 티브로드 인수합병, 2021년 우버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 합작사 설립 등 굵직한 인수합병 건을 맡았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 하형일 11번가 대표이사가 2022년 12월7일 테크 토크 2022 CEO 오프닝에서 발언하고 있다. <11번가 유튜브 갈무리>
하형일에게 주어진 과제는 최우선 과제는 11번가의 2023년 하반기 기업공개이다.
하형일은 2023년의 비전을 두고 "11번가의 플랫폼 경쟁력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기업공개를 포함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성장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2022년 12월23일 말했다.
하형일은 성공적 기업공개를 위해 11번가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2013년 오픈마켓 가운데 브랜드가치 1위를 달성했다. 오픈마켓(열린장터)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중개몰(온라인 장터)을 말한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23년 5월 현재 11번가는 국내 오픈마켓 2위로 내려갔다. 일찌감치 1위 자리를 쿠팡에 내줬다.
◆ 평가
하형일은 11번가 기업공개 작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11번가는 2018년 5천 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2023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연리 8%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하형일은 맥쿼리 출신으로,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부문 전문가이다. 맥쿼리는 인수합병, 사업개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하형일은 대표이사가 된 이후 직매입거래 강화 등을 통해 매출 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글로벌 거래 전문가라는 평가 답게 애플, 구글, 아마존과 진행하는 협업에 있어서도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초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의 여파로 마켓컬리나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경쟁사들이 줄줄이 기업공개를 자진철회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11번가의 기업공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사건사고
△임원 성추행 사건 부실 대응 논란
11번가는 사내에서 남성 임원이 여성 임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으나 제대로 분리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부실한 대응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2년 4월 11번가 임원 회식자리에서 여성 임원 A씨가 남자 임원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동아일보 등 다수 언론이 전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최고경영자급 임원 한 명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문제 제기 이후에도 A씨와 B씨는 대면 회의를 하는 등 직장 내 분리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6월 회사에 직접 신고를 했고, 11번가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22년 8월 B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B씨는 징계 결과에 반발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A씨는 징계가 내려진 다음 달인 6월에 퇴사했다.
11번과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뿐 아니라 관리책임에 대해서도 사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했고 회사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의식 개선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1999년 삼정KPMG에서 재무자문 서비스(Financial Advisory Services, FAS) 자문역으로 근무했다.
2001년 라 호야(La Jolla)에서 재무자문 서비스 자문역으로 일했다.
2004년 맥쿼리증권에서 전무로 근무했다.
2009년 맥쿼리파이낸스코리아 대표가 됐다.
2020년 SK텔레콤 코퍼레이트2(Corpoarate2) 센터장이 됐다.
2022년 11번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 학력
미국 UC샌디에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 가족관계
◆ 상훈
◆ 기타
하형일의 급여 관련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어록
“11번가의 플랫폼 경쟁력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기업공개(IPO)를 포함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성장노력을 지속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적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가자.” (2022/12/23, 11번가 타운홀 미팅에서)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으로 11번가는 앞으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직매입, 오픈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하는 11번가를 만들겠다.“ (2022/03/24, 대표이사에 선임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