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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려대 교수 박호정 “기후위기 피할 수 없다, 적응 대책 세워야”

이경숙 박소망 기자 hope@businesspost.co.kr 2023-03-21 17: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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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려대 교수 박호정 “기후위기 피할 수 없다, 적응 대책 세워야”
▲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에 이어 22일 한국 정부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와 관련해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제는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도 미국, 유럽연합처럼 적응 개념을 국가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피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에 이어 22일 한국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와 관련, 비즈니스포스트는 전화와 이메일로 박 교수를 인터뷰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다룬 책 '탄소전쟁'의 저자인 그는 자원경제학회장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부의 주요 에너지 정책을 심의·자문하는 민관 협의체인 에너지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 IPCC 제6차 종합보고서가 발표됐다. 경제학자로서 중요하게 본 부분은?

“기후위기는 피하기 힘들다는 부분이다. IPCC 종합보고서가 지적했듯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50% 이상 차지하는 국가들에서는 재생에너지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화석연료 역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천연가스 순수출 국가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넷제로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화석연료 생산은 계속 이어간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젠 기후위기가 올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에도 투자해야 한다. 달라질 기후에 맞춰 주거, 인프라 등 사회간접자본(SOC)에도 투자해야 한다.“ 

- IPC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 즉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22일 한국 정부 역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해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했는데. 

“IPCC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사실상 1.5도 억제선이 2040년 무렵엔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 1.5도 억제선이 무너져서 2도 억제선을 달성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인식해야 할 미래는 심각하다. 

글로벌 평균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지역별, 시기별로 극단기후(extreme weather)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냉천 범람으로 모든 고로가 꺼져버린 포항제철소가 그런 예다. 기후변화로 종전보다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이전에 만들어진 한국의 사회간접자본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 커질 재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IPCC 6차 종합보고서가 적응 전략을 많이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한국 정부의 ‘적응’ 전략에 관해 평가한다면. 

“한국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2030 NDC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거의 ‘감축’ 위주로 이뤄져 있다. ‘적응’ 개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그 전신에 해당하는 ‘BBB(Build Back Better)’ 등이 적응 투자도 포함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은 기술과 자본력, 노동력으로 기후위기에 강건한 형태의 투자를 시도함으로써 국내적으로 기후투자와 산업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자본을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유럽연합의 그린딜, 탄소국경조정제(CBAM), 탄소중립산업법(NZIA) 역시 감축뿐 아니라 적응 전략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미국, 유럽연합처럼 감축뿐 아니라 적응 개념을 국가계획에 보다 적극 반영해야 한다.“ 

박 교수의 말을 이해하려면 감축과 적응의 개념 차이를 알아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Reduce Emissions)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흡수하는 것이다. 적응(Adapt to Climate Change)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화 하는 것이다. 둘 모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꼽힌다. 

- 적응 개념을 국가계획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산업 부문에서 자원순환을 이야기해보자. 자원순환을 하자면서 폐기물을 재자원화 하는 기술에 관한 투자는 멈춰 있다. 자원순환시설 부지를 선정해야 하는데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몇 년이 걸린다. 이런 부문은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적응에 투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돼야 할까.

“기후와 에너지 산업에서의 저탄소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기술에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안보, 전력 안보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 IPCC는 종합보고서에서 금융 분야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예컨대 배출권 거래제(ETS)에서 현물·선물 시장을 활성화한다거나, 저탄소 기술에 대한 가격 시그널을 제공한다거나, 자발적 탄소 시장을 활성화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낮은 수익성이나 손실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손실, 나아가 연금절벽에도 대비하려면 금융에서도 적응 투자와 리스크 평가에 대한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본다.“

-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등 IPCC가 제시한 탄소가격제도는 저탄소 기술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미국, 유럽 등 기후패권국가들에는 무역장벽 즉 ‘탄소장벽’으로도 작동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에서 보듯이 이제 탄소비용은 통상의 영역으로 발전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WTO 체제에서 벗어나 저탄소 중심의 통상이 핵심 개념으로 부상할 것인 바 국내 기술투자와 산업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차원에서도 탄소거래제는 감축 수단을 넘어서서 저탄소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경제적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감축 역량을 국내에서도 확보해야 한다.” 이경숙·박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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